8월 셋째 주 - 대전/공주 계룡산
이번 여행기를 시작하면서 마음속으로 꼭 한 번은 올라야지 생각했던 산이 있었다. 대전에서 학교를 다니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게 되는 산, 바로 계룡산이다.
계룡산은 대전과 공주 사이에 자리 잡은 산으로, 일반 사람들에게는 육해공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로 잘 알려져 있지만, 대전 대학생들에게는 MT 명소로 더 친숙하다. 나도 동아리 활동 세 개, 하나는 10년 가까이 하면서 계룡산 기슭에 머물렀던 날들을 다 합치면 한 달은 족히 될 듯하다. 스무 살 새내기 때는 택시 기사님과 흥정을 해 가며 거금 5만 원을 주고 다녔던 기억이 있는데, 학부 3학년이 되고 충남대에서 계룡산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학원에 들어와서는 자전거(!)로 왕복한 적도 두어 번 있었으니, 물리적으로 계룡산이 내게 더 가까워질 리야 없겠지만, 심리적 거리만큼은 이미 마음속으로 성큼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정작 계룡산을 '등산'해본 적은 없다. 늘 동학사-학봉삼거리 사이의 펜션촌에서만 머물며 술이나 퍼마셨지, 각 잡고 산을 올라본 기억은 없었다. (딱 한 번, 객기로 MT 끝난 뒤 홀로 은선계곡까지 올라간 적은 있다.) 10년 동안 발치에만 머무르며 우러러보기만 했던 계룡산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정복하고 싶었다.
계룡산(삼불봉 775m, 관음봉 766m)은 계족산(429m), 보문산(457m) 보다 높기도 하고, 산세가 좋은 만큼 험한 산행이 예상되는 도전이었다. 그냥 물 하나 얼려서 들고 오르던 예전 산행과 달리,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거쳤다. 다시 말해 물을 하나 더 얼렸다. ㅋㅋ. 땀을 닦을 수건도 챙기고, 올라가서 읽을 '이 주의 소설'도 물론 준비했다. (계족산성에서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었던 기억이 너무 좋았단 말임.) 심지어 에너지바도 하나 샀다. 대낮에 오르면 너무 더울 테니, 버스 시간표도 확인해 첫차를 타기로 했다. 이 정도 준비성이면 백두산도 오르겠다, 그쵸?
문제는 준비를 하며 너무 설렌 탓일까, 밤잠을 설치고 말았다. 그냥 설친 정도가 아니고 한숨도 못 잤다;; 밤새고 등산하기 가능? 너무 무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것이 또 하나 도전의 요소처럼 느껴지자 왠지 더 승부욕을 자극했다. 미련한 자식... 그리하여 새벽 4시, 밤샘으로 침침한 눈을 힘겹게 뜨며 자전거에 올랐다. 버스를 타기 전에 아침을 먹기 위해서였다. 잠은 못 자도 밥은 먹어야지. 술 많이 먹고 잠 적게 자는 내가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따질 필요도 없이 그냥 밥심이다. 오직 밥심 하나로 여태 살아있는 인간이다. 그러니 식사를 하자. 무수면 공복으로 5시간 산행을 했다간 정말로 죽을지도.
그렇게 찾은 아침식사 장소, 바로 유성온천역 근처에 위치한 "일당감자탕"이었다. 뼈해장국은 한국인의 소울푸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밥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뼈해장국만큼은 마다하는 사람을 못 봤다. 돼지등뼈에 붙은 촉촉한 고기. 해장국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시원한 국물인지는 모르겠지만, 고기를 발라내는데 집중하다 보면 술이 깨기도 하는 듯하다. 생각해 보니 먹기 번거롭다고 뼈해장국을 싫어하는 사람도 몇 떠오르기는 하는데, 그 정도 수고로움도 감수하지 못하는 게으름뱅이와의 겸상은 내 쪽에서도 사양이다.
사실 일당감자탕은 내가 대단히 맛집이라고 생각하는 곳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집 근처의 "알파감자탕"이 정석. 너무 자극적이진 않으면서 적당히 맛있는 집이라 자주 간다. 또 "모꼬지감자탕"에서는 특이하게 묵은지 뼈해장국을 팔아서 엄마의 김치찜이 그리울 때 종종 찾는다. 일당감자탕을 방문한 이유는 버스 타는 곳과도 가깝고, 또 24시간 하는 집이기 때문이었다. 나름 대전 유성구에서는 손꼽히는 집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통후추의 얼얼한 맛이 너무 자극적으로 다가와서 좀 어렵다. 음식 자체의 체급이 높은 탓에 맛이 없진 않지만, 먹고 나면 너무 많은 나트륨을 섭취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진짜 교감 신경계를 직접 자극한달까, 물을 아무리 마셔도 해결되지 않는 '붓기'가 피부 아래로 느껴져서 칼륨이라도 챙겨 먹어야 하나 싶을 정도다. (... 생각해 보니 메뉴 선정이 문제였네; 하산할 때 진짜 탈수증세가 오더라니.)
그래도 뭐, 밤새고 먹으면 뭐든 꿀맛이죠. 잠에 취한 것도 취한 거라면 취한 걸까? 뼈해장국이 들어가니 어느 정도 졸음도 가시는 느낌이었다. (버스 타는 동안 조금 잤다.) 학봉삼거리에 내려, 양옆으로 늘어선 펜션들을 보며 알콜취 가득한 추억들을 회상하다 보니 어느덧 산 초입에 도착했다.
계룡산에는 여러 봉우리가 있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천황봉(845m)이지만, 출입통제구역이어서 등산객은 보통 관음봉이나 삼불봉을 많이 찾는다. 찾아보니 삼불봉과 관음봉은 능선을 따라 약 1.5Km를 이동해야 했는데, 모처럼의 등산이기도 하고 왠지 다음을 기약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온 김에 두 봉우리 모두 올라보기로 했다.
아래 코스에서 보라색 화살표 반대 방향으로 돌았다. 즉, 천정탐방지원센터 - 남매탑 - 삼불봉 - 관음봉 - 은선폭포 - 동학사 코스. 5시간 코스라고 하는데 나는 책도 읽고 쉬엄쉬엄 가서 한 7시간 걸린 것 같다. 동학사로 가는 길에 3천 원인가, 입장료가 있다고 하는데 내 코스를 따라 가면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꿀팁이죠?
오르는 길이 쉽지 않았다. 누가 보면 산사태라도 한 번 왔나 생각할 정도로 바위들이 경사를 따라 어지러이 놓여있었다. 물이 없는 계곡 같은 느낌. 흙길이라면 인적이 느껴질 텐데, 그렇지가 않아서 등산로를 오르는 것보다는 그냥 자연으로 조성된 기슭을 따라 오르는 것 같았다. 표지판 하나도 없고, 앞서가는 등산객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내 뒤에 오는 사람도 나를 보며 길에 대한 믿음을 가지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우리가 좀 귀여워졌다.
계단의 높이가 조금만 일정하지 않아도 오르는데 피로도가 엄청 증가한다는 연구가 생각났다. 발밑을 살피며 걷느라 확실히 조금 힘들었다. 대신 걸터앉을 바위도 많아서 쉬기는 좋았다. 그래도, 업무강도가 높은 대신 휴식시간을 보장해 주는 곳보다는 그냥 날먹하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이 편한 것 같다. 숨이 차고 땀이 나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을 때 즈음, 남매탑에 도착했다.
갈길이 멀기에 다시 일어나서 열심히 걸었다. 살이 찌니까, 땀이 진짜 물처럼 쏟아진다. 이게 끈적한 땀이 아니라 무슨 물에 젖은 스펀지처럼 육수를 흘려대니까 좀 어이가 없다; 근데 뭐랄까, 땀 흘리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어릴 때는 땀을 진짜 안 흘리는 체질이었다. 맨날 실온 상태의 방구석에서 공부하고 책이나 읽었으니 땀 흘릴 겨를이 없었다. 대학에 들어와서인가, 춘천에 있는 불가마 사우나를 갔는데 그때 모든 땀구멍이 열리는 체험을 했다. 한겨울에 옷이 다 젖도록 땀을 흘렸더니, 뭔가 개운하고 약간 몸 청소를 한 번 한 느낌? 물이 고여있던 호스에 한 번 맑은 물이 통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후로 사우나도 목욕탕도 즐겨 찾다 보니 자연스레 체질이 변한 거 같고. 특히 이번 여름은 더위에 아랑곳 않고 돌아다니니까 그냥 마시는 물 그대로 내뱉는 필터 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냥 온몸이 보먼주머니다. (이거 맞아?) 그래도 좀 너무 심한 것 같아서 이게 다한증인가, 찾아봤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살쪄서 체온 유지가 잘 안 돼서 그렇대.. 내가 흘리는 땀은 점도도 거의 없고 그냥 말 그대로 물처럼 뚝뚝 떨어지는데, 이걸 에크린 땀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반대로 끈적끈적한 땀은 아포크린 땀이라고 하는데, 에크린 땀은 체온 유지를 위해서 나오는 맑은 땀이고 아포크린 땀이 이제 땀냄새의 주범이다. 음... 땀냄새가 안 나는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냥 두 종류 땀이 모두 많이 나와서 좀 묽어진 건가(?)
보문산 오를 때도 옷을 쥐어짜면 젖은 걸레처럼 물이 주르르 나오길래 좀 당황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냥 옷이 무겁게 젖을 만큼 땀을 흘리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상의를 벗고 그냥 풍욕(風浴)을 즐기며 오르고 싶었는데, 그럼 동료 등산객들은 무슨 죄냐. 볼품없는 몸뚱아리를 내놓고 다녔다가는 풍욕 대신 쌍욕이나 경험할 것 같아서 그냥 수건으로 부지런히 땀을 닦으며 올랐다.
그리고 도착한 삼불봉. 세 부처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삼불봉이라는데 나는 신앙이 없어서인지 부처님은 발견할 수 없었다. 소심하게 따봉 인증을 하고, 표지판을 보며 다음 목적지인 관음봉을 찾아보았다. 헉 개멀어.. 옆에 연천봉이랑 문필봉이라는 봉우리도 있어서 어느 놈인지 헷갈렸는데, 나폴레옹 농담이 떠올라 웃겼다. (이 산이 아닌가벼. 아까 그 산이 맞는가벼.) 눈을 가늘게 뜨고 찾아보니 관음봉 올라가는 길에 엄청난 계단 오르막이 보이길래 확실하게 찾을 수 있었다. 근데 진짜. 원근법에 의한 축척이 엄청났다. 진짜 멀겠구나,, 큰일 났다.
능선을 따라가는 길은, 고되면서도 재밌었다. 약간 내리막을 만날 때마다 손해 보는 기분. 관음봉이랑 삼불봉이랑 고도 차이는 얼마 안 나는데, 그럼 내려가는 만큼 또 올라가야 한다는 거잖아!! 그것이 야속하면서도 인생사 새옹지마, 올라간 만큼 내려가는 거고 내려간 만큼 올라가는 거지- 다시 합리화하며 너무 억울해하지 말기로 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이미 올라온 곳에서 걷다 보니 이따금씩 나무가 걷히고 보이는 풍경들은 기가 막혔다.
대충 령(고개)라고 할 수 있을 법한, 양 옆으로 봉우리도 우람하게 서있고 아래로 산기슭도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자리를 잡고 이번 주의 소설 최진영의 "구의 증명"을 읽었다. 다 읽지는 못하고 일부만 읽었는데, 솔직히 조금 별로였음. 이름이 하필 "구"길래 같은 구 씨로서 조금 기대를 했는데 그것에는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문장이 짧다. 짧은 문장은 힘이 있지. 힘 있는 문장. 작가는 모든 문장에 힘을 싣고 싶었나. 그리고 동어반복이 많다. A는 B다, 라고 한 뒤 B한 것은 A였다, 라고 했다. 그런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것이 책 내내 반복되었다. <-문장들이 죄다 이딴 식이 었다. 내용도 스포니까 말을 아끼지만. 너무 자극적인 전개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려고 했고, 그런 와중에 전개의 포맷은 단조롭고 뻔했다. 5점 만점에 2점 줬다.
그와 별개로 신선놀음이지, 멋진 풍경을 보면서 글월을 즐기는 것은. 책을 읽는 동안에는 또 사뭇 행복했던 기억이 나서, 다음 산행을 갈 때도 꼭 책 한 권은 챙겨서 갈 예정이다. 소설 추천받아요~
잠시 풍류를 즐기다가 다시 관음봉으로 향하는 길. 길이 너무 험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산이 그러하듯 화강암 지형인 건 이해를 하겠는데, 왜 돌들이 이렇게 부서져있냐; 뗀석기로 만든 보도블럭. 자갈처럼 뾰족하게 올라온 돌들을 밟고 걷는 동안, 조금이라도 신경을 놓치면 금방이라도 발목을 접지르거나 넘어질 것 같았다. 누가 돌을 이렇게 부셔놓았단 말이냐! 하는 의문을 처음으로 가져보았다가, 금방 그 범인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무였다. 아아, 쓰러진 나무뿌리가 단단하게 움켜쥔 바위 파편들을 보는데 왜일까 엄청나게 충격과 감동을 받아버렸다. 화강암은 암석 중에서도 가장 단단한 편에 속하는 돌이다. 그런 화강암 틈을 비집고 파고들어 뿌리를 내려, 결국 쪼개버리는 것이 나무였다. 옛날에 석공들이 돌을 쪼개려고 나무 쐐기를 박고 물에 불렸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것을 실제로, 자연에서 마주하니 그 느낌은 새로웠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것을 변하게 하는 것이 바로 생명이다.
그 후로 한참 감탄하며 걸으니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불편하고 야속하기만 했던 거친 길이 어떤 기적의 현장처럼 느껴졌다. 이불 속 발가락처럼, 뿌리를 드러내고 바위를 들어내며 서있는 나무 하나하나를 존경을 담아 만지면서 걸었다. 100년도 머물지 못할 나의 삶으로, 이 땅에 새길 수 있는 흔적은 무엇일까. 그런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무튼, 우여곡절 끝에 관음봉 정상까지 결국 도달했다. 와, 끝에 있는 계단길이 진짜 힘들었다. 사실 한 3분도 안 걸리는 길이긴 했는데, 진짜 천국의 계단이 따로 없었다. 승천할 뻔~~ 또 따봉 인증 하나 해주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펜션촌을 찾아보는데 또 헉, 개 멀어. 근데 뭐 어떡해, 가야지. 아래 오른쪽 사진 뭔가 내 손이 산에 그림자 드리운 거 같아서 되게 그림같이(?) 나왔다. 재밌는 우연이다.
하산은 등산보다 당연하게도, 쉬운 편이다. 그런데 이미 삼불봉에 오를 즈음에 물을 다 마신 터라 두 시간 가까이 물 없이 운동하는 게 좀 쉽지 않았다. 동학사에 다다를 즈음에는 탈수 증세를 진짜 느낄 수 있었다. 침을 삼키는데 정말 침이 하나도 안 느껴지고 마른 목구멍만 쥐어짜는 느낌. 자판기를 보자마자 음료수 한 캔 뽑아먹는 게 간절했지만, 왠지 이렇게 갈증이 날 때 먹는 맥주는 진짜 꿀맛일 것 같아서 오기로 참았다. 동학사에서 다시 펜션촌까지 오는 길도 생각보다 길었다. 1Km는 족히 넘었는데, 평소였으면 아무렇지 않게 걸었을 길인데 진짜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마르고 하다 보니 비틀비틀 갈치자로 걸었음.
어느덧 국립공원 입구, 슬슬 사람도 많아지고 주차장에 차도 빼곡한 걸 보니 문명사회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은선폭포부터 내려온 물줄기가 아래로 갈수록 넓어져 놀기 좋은 하천이 되었는데, 동학사 부근에서는 환경보호 명목으로 막아놓더니 여기쯤 되니까 개방해 놓더라. 동료 대전 시민분들이 피서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특히 다리 아래 그늘 명당자리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그치, 그늘자리 선점은 국룰이지.
고생 끝에 낙이 온다.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 사서 나오는데 눈물이 나올 뻔했지만 탈수증상 덕분에 참을 수 있었다. 내가 이 고생 끝에 가장 먼저 만나는 게 너였으면 했다. 네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견뎠다. 이런 애틋한 말을 마음속으로 건네면서 캔 뚜껑을 땄다. Cass.
아 근데 맥주, 시원한 것보다도 목이 너무 따갑더라고 ㅋㅋ. 역시. 탈수증세가 왔을 때는 물을 드세요 여러분. 대신 취기가 더 금방 오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용매가 적잖아요. (뭔가 오늘 글은 이과드립 비율이 높은 것 같다.) 맥주를 마시고 바로 또 등산 국룰 막걸리를 마시러 미리 생각해 두었던 두부집을 갔다. 식사를 따로 하진 않고, 그냥 안주용 두부 한 모를 사서 막걸리 한 병을 해치웠다. 이것이 행복.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졸도(?)한 탓에 두 정거장 정도 정거장을 놓쳤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도착한 뒤에는 진짜로 녹초가 되어서 씻지도 못하고 일단 옷부터 다 벗고 바닥에 누워 기절했다. (침대에 누울 순 없잖아요...) 깨어보니 저녁이었다. 배달 하나 시키고 씻은 뒤, 온 음식을 먹으며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보았다. 뭔가 산을 다녀온 기억이 어제 같았다. 분명 갓생같은 하루를 보냈는데 끝은 그냥 평범한 주말 같았다. 일요일은 그냥 방콕해서 쉬었다. 뭐 그래도 좋았다. 이런 평범함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