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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용구 May 14. 2023

왜로 욺

나의 외로움의 까닭은

왜로 욺

                                인용구

왜 홀로 하는 사랑에

사랑이라는 말이 붙는 걸까요


거지도 아닌 사람들이

거짓말은 유창하게 늘어놓는 걸까요


왜 서로 수백 광년 떨어진 별들

내 눈에는 한 뼘을 사이에 두고 함께 하는 걸까요


나의 외로움의 까닭은 그렇습니다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슬픔이 가득하고

내 슬픔은 그것과도 결을 달리하는 까닭입니다


짝사랑도 되지 못한 어떤 사랑과

거짓말도 되지 못한 어떤 말이

내 안에선 별빛처럼 그치지 않는 까닭입니다


시작도 못한 것들이 끝나지를 않습니다

슬픔 모르는 당신에게 눈물 비칠까

속으로 쌓은 외로움이 어느새

내 키보다 높고 밤보다 깊습니다



    설탕, 소금, 식초 이렇게 하나의 맛을 표현하는 조미료를 '요리'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단짠이나 새콤달콤, 이렇게 여러 맛을 잘 버무려서 만든 이의 개성이 느껴지는 흥미(味)로운 음식이 탄생할 때, 그것 비로소 요리라 불린다. 마찬가지로 글도 단순히 희로애락 중 하나로 명확하게 분류되는 글보다는, 복잡 미묘하고 형언하기 힘든 입체적인 생각과 감정들을 잘 포착하여 작가만의 언어로 표현해 내야 '문학'이란 이름이 붙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역설(irony)은 문학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아닐까? 웃픈 글을 좋아한다. 유쾌하고 재치 있는데 그 이면에 제법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글. 부정적인 감정, 부끄러운 진심을 쉽게 읽히는 글로써 승화시킨 작품들이 주는 감동이 있다. 누구나 좋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걸 풀어내는 방식에서 느껴지는 어떤 경지랄까, 그 부분에서 창작자의 능력이 돋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글을 쓸 때 그런 부분을 항상 의식하고는 한다. 강박적으로 언어유희나 유머를 넣는다. 시라는 포맷을 선택한 만큼, 의도한 메시지를 전부 전달하지 못하더라도 읽은 사람에게 작은 즐거움은 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광대의 천성...)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도 "하지만 기발했죠?/웃겼죠?"를 시전 했을 때 고개의 끄덕거림을 받아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말의 위대함을 많이 누리는 편이다. 한국인이 또 해학의 민족이라 그런가? 우리말에는 참 짓궂은 아이러니가 가득하다. 좀 재미있는 말장난을 찾게 되면 거기에 당시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들을 잘 입혀서 글로 기록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린다. 약간 용구식 특허 등록이다. 위의 시를 쓰게 된 것도 '홀로 하는 짝사랑'이라는 표현이 재미있어서 출발했다. '왜로 욺'이라는 제목이 좀 억지스럽긴 하지만, 시작도 하지 못한 것들이 끝나지를 않는다. -라는 표현의 아이러니는 또 맘에 든다. 아 이러니 글을 안 쓸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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