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에서 그린 계급도

2025. 06. 쿠팡플레이 <화이트 로투스> 시즌 1, 3을 봤다.

by 김산

내 블랙핑크의 최애는 항상 리사였다. 대학 시절 블랙핑크가 처음 데뷔할 때, 선공개 사진이 나올 때부터 내 원픽은 리사였다. 2025년 지금 블랙핑크는 세계 정상에서 활동하고 있다. 멋진 그녀들의 첫 순간부터 좋아했다는 것이 가끔 뿌듯하기도 하다. <화이트 로투스>를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리사가 출연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배우로서의 리사의 변신이 궁금했다. 그러다 하루는 그냥 무작정 <화이트 로투스>를 틀어서 정주행을 시작했다. 재밌게 시즌 1을 봤다. 근데 시즌 1 내내 아무리 기다려도 리사가 나오지 않아서 찾아보니 시즌 3에 출연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그래서 시즌 2를 스킵하고 시즌 3을 정주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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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로투스> 시즌 1, 3을 본 결과 이 시리즈의 구조는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 아름다운 휴양지의 최고급 호텔에 투숙객들이 찾아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국적이고 그림같은 환경에 최고의 '웰니스' 경험을 하기 위해 온 약 4개 그룹의 투숙객들은 대부분 부유한 백인들로 이 호텔에서 완전한 정신적 고양감을 느끼고자 한다. 처음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을 맞이하는 호텔 매니저를 대하는 태도에서 우리는 바로 어떤 쎄함을 느낄 수 있다. 아, 이 투숙객들 되게 비호감일 것 같다는 쎄함. 그리고 그 쎄함은 점차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극대화된다. 이 부유한 투숙객들은 갖가지 방식으로 뒤틀려 있다. 그리고 그 투숙객들의 이야기와 동시에 그 호텔에서 일하는 현지인들의 삶이 평행하게 그려진다. 그들은 대부분 현지의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하지만 그 호텔 안에서 그들은 부유한 투숙객들을 위해 최상의 경험을 제공해줄, 일종의 NPC로 전락한다. 시즌 1과 3은 동남아시아의 휴양지에서 벌어지기에 이 상황은 더 묘한 그림을 만들어낸다. 백인 투숙객들과 과거 제국주의 역사에서 식민지로 삼았던 그 휴양지에서 아시아인이 환대업에 종사하며 그들을 케이터링한다. 이 그림이 좋은 의미로 아주 불쾌한데, 이 이야기가 이런 아이러니함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소위 재수없는 투숙객들과 그들의 갑질을 받아내는 종업원들의 고생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이 간극에서 범죄가 일어나는 것으로 <화이트 로투스>는 구성되어 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비호감 캐릭터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선하거나 정의로운데, 그게 시청자/독자의 입장에서 감정을 이입해서 이야기에 몰입하기에 가장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이트 로투스>는 모두가 비호감이다. 이런 설정이 아주 낯선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신선했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비호감일 때의 가장 큰 장점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입 대신 이야기에서 빠져 나와 멀리서 전체를 조망하도록 이끈다는 점에 있다. 이 호텔과 호텔의 구성, 큰 그림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이야기 전체가 블랙 코미디라는 사실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배치된 전략인 것이다. 아까 말했던 불쾌감이 좋다는 이상한 문장이 바로 이 때문이다. <슬픔의 삼각형>과 그런 측면에서 비슷하다. 우리 모두가 인종과 성별,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과연 사실일까? 라고 되묻는다. 우리가 보지 않으려 했던 세상의 계급도와 대비를 이루며 현지의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이 카메라에 담긴다. HBO 프로덕션 답게 촬영이 너무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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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로투스>를 보고 나면 아주 유쾌하진 않다. 유쾌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드라마니까. 하지만 잘 만들어진 시리즈임에는 이의가 없다. 시즌 3에서 리사의 역할도 꽤나 괜찮았다. 호텔의 직원 중 하나로 나오는 리사는 자신과 같이 그 호텔에서 일하는 남자와 연인 관계이다. 나중에 그 남자는 호텔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그 사건 외의 둘 사이를 그리는 장면은 투숙객들의 삶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지독하게 현실적인 삶, 출근하고 퇴근하는 그런 삶이 드라마틱한 투숙객들의 에피소드의 속도가 너무나 달라서 더 좋았다. 모국어로 말할 때의 리사의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리사는 역시나 너무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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