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8. 넷플릭스 <사랑의, 학교>를 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듀오링고를 켜서 일본어 레슨을 2개를 해치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 지 어엿 112일째. 올해 자기 계발의 일부로 일본어를 한번 배워보자 결심하고 듀오링고 부엉이의 채찍질 덕분에 일본어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일본어에 관심이 있었지만, 부모님이 싫어하셔서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선택했었다. 그러다가 일본어로 된 콘텐츠, 특히 만화를 조금씩 소비하게 되면서 일본어를 더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언젠가 일본에 여행을 가면 일본어로 대화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본어 콘텐츠들을 전보다 더 많이 소비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전에는 절대 시작도 하지 않았을 콘텐츠도 그냥 한번 보는 경우들이 생겼다. <사랑의, 학교> 또한 그렇다. 사랑의 다음에 쉼표가 붙은 이유는 뭐였을까? 일본어 원제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현재 2화까지 공개되었고 매주 토, 일요일에 한편씩 공개된다.
일단 지금 2화까지 본 내용을 간단 요약해 보자면, 고등학교 교사 오가와는 평소 학생들의 끔찍한 무관심과 무시 속에서 꿋꿋이 문학의 아름다움을 허공에 이야기한다. 그러던 하루는 오가와가 담임을 맡은 반의 한 여학생이 호스트바에서 거액을 결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학교 측에서는 학생을 찾아오라고 지시한다. 오가와는 학생을 찾아 호스트바에 가게 되고, 호스트 카오루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한다. 학생을 억지로 데려와 택시에 태워 보내는 오가와. 하지만 학생의 부모는 학교에 카오루가 다시는 딸을 만나지 않겠단 각서를 받아오라고 말한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이해가 안 가는 부분. 왜 대체 자기 애가 호스트를 만나고 다니는 것을 담임 선생님이 호스트한테서 각서를 받아와야 하는 건지, 그리고 이건 제 일이 아닙니다라고 말을 못 하는 주인공도 답답. 사회적 분위기가 그런 건지 그냥 캐릭터가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다시 오가와는 카오루를 찾아가고, 그가 초등학교를 중퇴해 글을 쓸 줄 모르기에 각서를 보내지 못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날 옥상에서 그에게 각서 쓰는 것을 도와주며 교육자로서 보람을 느낀 오가와. 카오루는 자기 이름을 멋지다고 한 오가와를 되뇌면서 호스트바 사장에게 그녀를 꼬실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일단은 소재가 매우 자극적이다. 이제는 다나카 덕분에 가부키쵸라던가 호스트에 대해서 그나마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음지의 이야기이다. 화류계의 이야기이다 보니 당연히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큰 허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청하지 않아도, 시청해도 그건 모두 개인의 선택이고 각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용 자체는 현재까지는 꽤나 전형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둘이 어떤 형태로든 사랑에 빠질 것이다. 그게 연인 관계이건, 아니면 순수하게 사제 지간이건 우호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그래도 다만 내 바람은 둘의 관계가 육체적 사랑이 아닌 각자의 길을 응원하는 그런 사랑의 방식이면 좋겠다.(안 그럴 것 같다만.)
재미있는 설정은 카오루가 글을 못 쓴다는 지점이다. 이건 일면은 한국의 문맹률이 낮기 때문에 더 그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을 잘 못하게 된다는 점도 있다. 일본어는 한자를 많이 쓰다 보니 가나 외에도 외워야 하는 한자가 많고 초등학교 중퇴인 사람에게는 글쓰기가 매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주지해야 한다. 타인을 이해하는 데에는 내 기준이 아닌, 타인의 맥락과 상황을 보고 그 인생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카오루가 왜 편지를 못썼지? 아, 글을 쓰지 못하는구나. 왜 글을 쓰지 못하지? 초등학교 때 중퇴했기 때문이다. 왜 초등학교를 중퇴했지? 착취적인 어머니 밑에서 살면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 여기까지 오면 그가 어쩌다 호스트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는 것이다. 상황과 맥락을 알면 대부분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모종의 이유로 열리지 않아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과연 호스트가 어떻게 호스트가 되었는지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가를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터부시되는 어떤 사람들에게도 사정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카오루의 집 아래에는 희한하게도 한국 음식점과 포장마차가 있다. 한국어 대사가 나오는 부분도 있다. (매우 어색하다.) 일본에서 한국어로 된 간판이 유행인가? 잘 모르겠다. 다음에 일본에 여행을 가면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때는 어눌한 일본어라도 주문할 수 있는 정도가 될 때까지 일본어를 좀 더 공부해 보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이 넷플릭스 시리즈는 볼 사람은 보고, 말 사람은 말아라, 정도로 해 두면 현재로는 좋을 것 같다. 요즘 많은 시리즈가 처음 시작은 좀 신나게 보다가 마지막에 맥이 탁 풀려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추천을 하기도 조금 부담스럽다. 여자 주인공은 아주 동글동글하고 순둥 하게 생겼고, 남자 주인공은 입체적이고 약간은 이국적인 소년미가 느껴진다. 둘의 얼굴합은 꽤나 괜찮은 편.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보기 괜찮은 시리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