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총기가 유통된다면

2025.7. 넷플릭스. <트리거>를 보다

by 김산

한때나마 한국이 소위 '청정국'인 때가 있었다. 마약과 총기 청정국. 한국이 안전한 나라라고 자부심을 느꼈던 어린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바야흐로 2025년, 현재 국민 10명 중 9명이 한국이 마약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는 여론 조사가 나왔다. 실제로 한동안 연예계가 마약 문제로 들썩였었고, 이 문제가 비단 연예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정황이 속속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더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그렇다면 총은 어떨까. 마약보다는 훨씬 드문 일이 아닐까 생각하던 찰나에 불과 일주일 전에 있었던 총기 살인 사건이 떠올랐다. 청정국이라고 자부하기에는 너무 근시간 내에 총기 사고가 있었다는 점에서 등골이 오싹해지며 정말로 되묻게 되는것디다. "정말 우리나라는 총기 청정국이 맞을까?"


이번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는 이 지점을 파고든다. (디즈니플러스의 트리거와 다른 시리즈이다.) 한국에 만약 총기가 유통된다면 어떻게 유통될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듯한 이 시리즈는 생각보다 한국에서는 손쉽게 택배로 유통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에서, 그렇다면 누가 왜 총기를 배포했을까? 라는 질문에 꼬리와 꼬리를 물어 캐릭터들이 탄생된 듯 하다. 사실 어떤 음모론으로 총기를 유포한 것이다 라고 하면 그 원인을 제거하면 '해결'에 가까운 결론에 귀결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마약류 유통에서 겪었다시피 이것이 한 소스에서 퍼져나간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급성 소방책에 불과하다. 그 누가 어떻게 하던지간에 우리가 여전히 '청정국'이라고 생각하기에 생기는 맹점에서 유통책이 존재한다면 언제든 어떤 동기든 유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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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의 주인공은 김남길 배우로, 과거에 세계 곳곳으로 파병을 다니며 다양한 총기를 다뤄 본 경험이 있는 경찰 '이도'이다. 하지만 이도는 파병을 다니며 사람을 살린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여야만 했던 기억에 더이상 총을 들고 싶지 않다 선언하고 이후 조용히 순경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총기가 유통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알게 된 이도는 다시 총을 들게 된다.


총은 택배 혹은 택배로 추정되는 방식으로 위장되어 유통되었다. 이 과정을 쫓다 이도가 만난 인물은 바로 문백, 김영광 배우이다. 자신도 같은 택배 방식으로 총알만 한 박스 받았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암이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며 빙글빙글 웃으며 하고 싶은 일을 냅다 해버리는 점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가능한 걸까? 라고 질문하게 만들면서도 진짜 또라이네, 라고 생각하게 된다. 운전을 매우 잘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래서 드라이빙 액션씬이 더 화려하다. 기어 변속과 드리프트로 긴박한 추격씬을 만들어 내는 중추적 인물이 된다.


일단 현재 4화까지 시청한 내 감상평은 만듦새가 좋다고 느껴진다. 특히 액션신들이 잘 만들어졌다. 총기와 전쟁에 이골이 난 이도 캐릭터나, 항상 장난스러운 얼굴로 싸이코패스같은 행동을 거침없이 하는 문백, 이 둘의 캐릭터가 정 반대이면서도 액션신에서도 그런 대비감이 잘 보여서 더 흥미롭다. 게다가 총기가 일상 생활에서 등장한다는 점이 생각보다 더 생경하게 느껴진다. 워낙 많은 매체에서 총기가 등장하다보니 익숙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실제 우리 일상에 총기에 노출된다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 보면 그건 사실 대단히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어떤 측면에서는 뮤직비디오 같은 장르에서 총을 들고 나온다거나 하는 장면들이 나는 웬만하면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총이라는 것의 두려움을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복수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전달된 총은 여지없이 사람들의 신체에 관통상을 남긴다. 무서운 일이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많고, 누군가를 싫어할 만한 여지는 너무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아쇠 하나만 당기면 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것이 순식간에 부여하는 생사의 권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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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전체를 본 이후 작성한 추가분이다. 스포일러가 약간 있을 수 있으니 스포를 피하려면 여기서 뒤로가기를 누르는 것이 좋겠다.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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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내가 우려했던 점이 그대로 반영되는 결말로 치닫는다. 악의를 품은 한명이 주축이 되어 총기를 유통했다는 설정, 그리고 그 한명을 잡는 것으로 끝나는 마무리. 꽤나 실망스럽다. 총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두려움을 심어주겠다는 목표는 너무 납작하다. 더 많은 이해관계들이 얽혀서 한 줄기를 잘라내도 계속해서 살아나는 좀비같은 두려움을 심어줘야 했다. 드라마를 마무리하기에는 쉽지 않을 테지만, 이렇게 졸속 엔딩을 맞이하지 않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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