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살고 죽고
화요일 퇴근 무렵 54세의 P부장은 오랜만에 57세 J부장을 만났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따뜻한 차 한 잔과 담소를 기대했건만, 시작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J부장은 차를 반쯤 들이키자마자 P부장의 업무에 대해 "나 같으면 이렇게 했을 거야"라며 자신만의 경륜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것도 묻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게다가 역대 최고인 코스피를 집으며 트럼프로 인한 세계경제와 최근 프랑스 경제의 향방을 진단하더니, 젊은 직원들의 투자 성향까지 분석하며 "K직원은 안 물어봐도 다 알 수 있어. 저 친구는 미국증시를 하지."라고 단언했다. 순간 P부장은 '저 분, 혹시 점쟁이 자격증이라도 따셨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J부장은 자기의 말이 근거가 없으나 확신한다는 투로 "내가 경제학자도 전문가도 아니지만 알 수 있지. 당연한 거 아냐?"고 말을 했다.
P부장은 이런 대화가 썩 불편하여 일어나고 싶었으나 그렇다고 대놓고 속마음을 드러낼 수는 없어, 오로지 차를 연거푸 홀짝이며 대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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