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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꼰대가 만난 왕꼰대

말 한마디로 살고 죽고

by 벼꽃농부

50대 P부장은 가끔 일찍 출근한 부하 직원과 차를 마신다. 그런데 분위기가 차분히 흘러갈 만하면,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경험을 무용담처럼 늘어놓곤 했다. "내가 말이야, IMF 시절엔 말이지..."하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결코 짧게 끝나지 않았다. 직원은 “아하~ 네, 부장님”하고 맞장구를 치지만, 속으로는 ‘이건 무슨 무한 반복 재생 모드냐’ 싶었을 것이다.


그러던 며칠 전, P부장은 선임인 J부장을 오랜만에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라며 근황을 물었는데, 갑자기 J부장이 허리를 곧게 세우더니 과거의 영광을 줄줄이 풀어놓기 시작했다. “내가 말이야, 그때 2공장 정전 사고 처리를 단독으로 맡았을 때가 있었지. 그때 나 없으면 안 돌아갔어.” 이어서 “지금 젊은 직원들 말이야, 투자 하나도 제대로 못 해. K직원? 안 물어봐도 다 알아, 내가 딱 보면 감이 와.”라며 자신감을 뽐냈다.


순간 P부장은 속으로 ‘와... 내가 직원들한테 이랬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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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오십대 중반이 된 지금, 지나온 시간의 순간들을 기록하지 못한 탓에 이제나마 흐릿한 기억에 의존하며 과거를 회상하려 애쓰는 중이고 먼 훗날에 오늘을 볼 수 있도록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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