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살고 죽고
이번 추석은 참 다사다난하네요.
며칠간 써낸 글도 이번 추석에 생긴 일이니... 게다가 추석연휴가 아직 며칠이나 남았습니다.
오늘은 며칠 전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을 연결하고 오후까지 일단락을 지은 한 가지 사건입니다.
네. 사건이 맞습니다.
가깝고도 먼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큰 딸이 오랜만에 추석 연휴를 맞아 두 손 가득 선물을 안고 집에 왔습니다. "아빠 지하주차장인데 짐이 많아. 내려올 수 있어요?" 버선발로 얼른 내려갔습니다.
주차장은 이미 만차라 이중주차를 도와준 후 짐을 함께 들고 나오는데 바닥에 봉투 하나가 떨어진 걸 발견했습니다. "어? 이거 뭐 들어있는 거 아냐?"
그러자 딸은 "아까 발로 툭 차 보았는데 좀 묵직한 느낌이던데?"
"그래? 중요한 거면 누가 찾아가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하하 호호 거리며 올라왔습니다.
아버지 댁에 가려면 일찍 서둘러야 합니다. 명절 전후엔 꽤나 막히는 도로를 지나야 하거든요.
내가 운행할 차를 빼낸 자리에 딸아이 차를 넣어두려 지하주차장에 내려가니 어젯밤보다 이중주차가 더 많아졌더군요. 양손가락 깍지를 끼고 손가락을 꺾어 '우두둑' 준비운동을 한 후 좌우로 몇 대를 요리조리 밀어내어내니 마치 바닷길이 갈라지는 듯하더군요.
그 와중에도 바닥에 있던 봉투가 눈에 보이지 않았는데, 막 내 차에 올라타려 하니 그제야 봉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심코 집어 들어 열어보니 '헉' 5만 원권 네 장이 모양도 가지런히 들어있더군요.
봉투의 앞뒤엔 누군지를 알 수 없게 이름 석자 없고 그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라는 글자만 쓰여 있었습니다. 일반 편지봉투가 아닌 예쁜 돈 봉투이더군요.
누군가 흘렸나 본데 엊저녁부터 지금까지 찾아가지도 않았고 지나가는 누군가의 눈에 띄지도 않았나 봅니다.
일단 내 짐을 실어야 하니 차를 지상으로 이동했습니다.
마침 경비실에서 나오시는 반장님께 자초지종을 얘기 후 봉투를 주운 현장(?)으로 같이 이동해 확인을 시켜드린 후 "아무래도 아파트 주민이나 방문객이 흘린 듯한데, 제가 지금 아버지댁으로 출발해야 하니 반장님께서 방송이나 CCTV를 확인하셔서 주인을 찾아주시면 좋겠어요."라고 하고 집으로 올라가 아내와 딸들과 함께 짐을 들고 내려왔습니다.
그 사이 반장님은 경비 왕반장님에게 이런 사정을 보고하니 그냥 경찰에 습득신고를 하는 게 좋겠다며 도로 저에게 봉투를 주더군요. 아무래도 애매한 돈에 얶혀 귀찮아지는 걸 미루는 내색을 숨기지 못하시더군요.
이해는 합니다만 '안내방송으로 알리거나 CCTV를 되돌려보면 어렵지 않게 찾아줄 수도 있을 텐데...'조금 아쉽더군요. 알겠다고 말하고 우선 출발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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