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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선물 중 최고는 현금인데

말 한마디로 살고 죽고

by 벼꽃농부

이번 추석은 참 다사다난하네요.

며칠간 써낸 글도 이번 추석에 생긴 일이니... 게다가 추석연휴가 아직 며칠이나 남았습니다.

오늘은 며칠 전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을 연결하고 오후까지 일단락을 지은 한 가지 사건입니다.

네. 사건이 맞습니다.


#1 초기발견

가깝고도 먼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큰 딸이 오랜만에 추석 연휴를 맞아 두 손 가득 선물을 안고 집에 왔습니다. "아빠 지하주차장인데 짐이 많아. 내려올 수 있어요?" 버선발로 얼른 내려갔습니다.

주차장은 이미 만차라 이중주차를 도와준 후 짐을 함께 들고 나오는데 바닥에 봉투 하나가 떨어진 걸 발견했습니다. "어? 이거 뭐 들어있는 거 아냐?"

그러자 딸은 "아까 발로 툭 차 보았는데 좀 묵직한 느낌이던데?"

"그래? 중요한 거면 누가 찾아가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하하 호호 거리며 올라왔습니다.


#2 현금 20만 원

아버지 댁에 가려면 일찍 서둘러야 합니다. 명절 전후엔 꽤나 막히는 도로를 지나야 하거든요.

내가 운행할 차를 빼낸 자리에 딸아이 차를 넣어두려 지하주차장에 내려가니 어젯밤보다 이중주차가 더 많아졌더군요. 양손가락 깍지를 끼고 손가락을 꺾어 '우두둑' 준비운동을 한 후 좌우로 몇 대를 요리조리 밀어내어내니 마치 바닷길이 갈라지는 듯하더군요.

그 와중에도 바닥에 있던 봉투가 눈에 보이지 않았는데, 막 내 차에 올라타려 하니 그제야 봉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심코 집어 들어 열어보니 '헉' 5만 원권 네 장이 모양도 가지런히 들어있더군요.

봉투의 앞뒤엔 누군지를 알 수 없게 이름 석자 없고 그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라는 글자만 쓰여 있었습니다. 일반 편지봉투가 아닌 예쁜 돈 봉투이더군요.

누군가 흘렸나 본데 엊저녁부터 지금까지 찾아가지도 않았고 지나가는 누군가의 눈에 띄지도 않았나 봅니다.

일단 내 짐을 실어야 하니 차를 지상으로 이동했습니다.


#3 경비원의 귀차니즘

마침 경비실에서 나오시는 반장님께 자초지종을 얘기 후 봉투를 주운 현장(?)으로 같이 이동해 확인을 시켜드린 후 "아무래도 아파트 주민이나 방문객이 흘린 듯한데, 제가 지금 아버지댁으로 출발해야 하니 반장님께서 방송이나 CCTV를 확인하셔서 주인을 찾아주시면 좋겠어요."라고 하고 집으로 올라가 아내와 딸들과 함께 짐을 들고 내려왔습니다.

그 사이 반장님은 경비 왕반장님에게 이런 사정을 보고하니 그냥 경찰에 습득신고를 하는 게 좋겠다며 도로 저에게 봉투를 주더군요. 아무래도 애매한 돈에 얶혀 귀찮아지는 걸 미루는 내색을 숨기지 못하시더군요.

이해는 합니다만 '안내방송으로 알리거나 CCTV를 되돌려보면 어렵지 않게 찾아줄 수도 있을 텐데...'조금 아쉽더군요. 알겠다고 말하고 우선 출발을 하였습니다.


#4 말과 행동이 다른 우리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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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오십대 중반이 된 지금, 지나온 시간의 순간들을 기록하지 못한 탓에 이제나마 흐릿한 기억에 의존하며 과거를 회상하려 애쓰는 중이고 먼 훗날에 오늘을 볼 수 있도록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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