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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우정은 구걸하지 않는다.

by 벼꽃농부

사랑과 우정은 구걸하지 않는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우리의 마음은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빛난다. 누군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을 때, 그 손이 따뜻하게 맞잡히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가끔은 그 손이 허공을 가르거나 차갑게 물러나기도 한다.


어릴 적에는 그러한 순간이 낯설고, 그 냉기를 견디기 힘들었다. 왜 저 사람은 나를 받아주지 않을까? 왜 내 진심은 그에게 닿지 않을까?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되었다. 사랑과 우정은 억지로 움켜쥘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진정한 관계는 서로의 눈길이 자연스럽게 마주칠 때 시작된다. 마음은 계산이나 강요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랑은 그저 흘러가게 두고, 우정은 강물처럼 스스로 길을 찾게 두는 것이 맞다.


어느 날, 내가 좋아했던 친구와 대화가 끊긴 적이 있었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기를 바랐던 그 사람은, 내 노력에 응답하지 않았다.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문득 깨달았다. 관계는 상대방의 마음까지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구걸하지 않고도 피어나는 것이야말로 진짜라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마음의 문을 살며시 열어둔다. 들어오고 싶다면 들어오라 하고, 떠나고 싶다면 떠나게 둔다. 마음이 맞는 이와는 다시 마주칠 날이 있을 테고, 그렇지 않은 이와는 그저 인연이 닿지 않았을 뿐이다.


사랑과 우정은 구걸하지 않는다. 그것은, 진심이 닿을 사람과의 자연스러운 교류 속에서 스스로 빛나는 법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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