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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날, 그리고 새로운 시작

이삿짐은 테트리스 게임

by 벼꽃농부


맑은 하늘 아래, 떠날 준비를 마쳤다. 어제 발표된 인사 명령으로 이곳 정든 근무지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6년이라는 긴 시간의 마침표와 새로운 시작의 첫걸음이 교차하는 오늘, 설렘과 약간의 긴장감이 복잡하게 엉켜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짐을 정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사용했던 물건들, 그리고 숙소에서의 생활 흔적을 하나씩 박스에 담았다. SUV 차량에 짐을 실으면서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 빈 공간을 맞추고, 무게를 균형 있게 배치했다. 깨질 수 있는 물건들은 수건과 비닐 충진제로 꼼꼼히 감쌌고, 짐을 너무 높게 쌓아 룸미러를 가리지 않도록 신경 썼다. 떠나는 준비는 이런 작은 디테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6시간 남짓한 장거리 운전을 위해 생수와 커피를 챙기고, 차량의 기본 점검도 잊지 않았다. 기름이 충분한지, 타이어 공기압이 적당한지 확인하고, 햇살이 눈부실 오늘을 위해 선글라스를 닦으며 준비를 마쳤다. 모든 게 갖춰지고 나니, 그제야 이별의 실감이 서서히 밀려왔다.


떠나기 전, 동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시간. 악수를 하며 “건강하세요”라는 말을 건넸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고마움과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단순히 일을 했던 날들이 아니었다. 함께 웃고, 때로는 고민을 나누며 만들어진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마음 한편이 먹먹해졌지만,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발을 떼야 하는 순간임을 스스로 다독였다.


SUV에 오른 후, 차량이 천천히 사무실을 떠나자 설렘이 조금씩 나를 채웠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어딘가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동시에 새로운 근무지로 향하는 길 위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약간의 긴장감도 느껴졌다.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날들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컸다.



하늘은 한 점의 구름 없이 화창했고, 도로는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렇게 6년 만에 나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길 위에 섰다. 익숙함을 떠나 낯섦으로 향하는 여정이지만, 그 안에 또 다른 추억과 성장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떠나고, 다시 시작하는 오늘은 그 모든 것을 품은 하루이다.


Will be nice. Good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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