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ll Phycology
어린 시절, 많은 여자아이는 인형과 함께 자란다. 우리 집 아이들도 역시 그랬다. 침대 머리맡에는 언제나 동물 인형들이 자리했고, 그 인형을 꼭 껴안고 잠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낙타, 애벌레, 공룡, 멍멍이, 냐옹이, 뭔지 모를 이상하게 생긴 동물 등
딸아이들이 인형에게 옷을 입히고, 머리를 빗겨 주고, 말을 걸며 놀이에 몰입했던 기억은 여전히 귀엽다. 그 시절 아이들에게 인형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친구이자 위로의 존재였나 보다.
인형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단순히 어릴 때만의 일이 아닌가 보다. 성인이 되어서도 많은 사람이 인형을 가까이 둔다. 부드러운 촉감은 사람에게 본능적인 편안함을 주며 포근한 담요를 덮었을 때, 부드러운 스웨터를 입었을 때의 안정감과 비슷하며, 이는 어릴 때 부모에게 받았던 포옹의 감각과도 연결되나 보다. 인형을 쓰다듬고 안아보면, 마치 누군가에게 다정한 위로를 받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드나 보다.
그렇다면 여자들이 인형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인형을 통해 자신을 투영하는 것은 아닐까? 귀엽고 예쁜 인형을 바라볼 때, 무의식적으로 자신도 그렇게 보이고 싶다는 욕망이 깃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최근에는 캐릭터 인형이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백팩이나 핸드백, 심지어 열쇠고리에도 큼지막한 인형이 매달려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큰 딸은 20대 후반인데도 자동차 열쇠고리에 손바닥 크기만한 오랑우탄 인형을 매달고 있다.
인형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 된 것이다.
또한, 인형을 좋아하는 현상은 어린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진다. 키덜트(Kidult) 문화가 확산되면서,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인형을 수집하거나 침대 머리맡에 여러 개의 인형을 두는 사람들이 많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간직하고 싶은 마음, 혹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작은 위로를 받고 싶은 심리 때문일 것이다. 어릴 때 품었던 인형을 성인이 된 후에도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인형을 좋아하는 것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안정감과 위로, 그리고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과도 연결되어 있다. 인형이 주는 따뜻한 감각 속에서, 우리는 어릴 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또 하루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덜어낸다. 그러니 어른이 되어서도 인형을 좋아하는 것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젠 딸아이에게 인형을 사 주는 일이 오래되었다. 그 역할은 남자친구가 대신해 주고 있으니... 잠자리에서 껴안고 자는 인형은 부모에게서 느끼는 포근함인지 남자친구에게서 느끼는 애정인지 알 수가 없으나 여전히 사랑스러운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