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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욱 Jul 30. 2020

우리를 돌아보다

우리를 돌아보다

우리 다른 이야기하자





우리는 우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저는 글을 멈춘 6개월 동안 나와 우리에 대해서 돌아보았습니다. 발달 장애인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피치마켓'에서 인턴십을 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아산 프론티어 유스라는 대학생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라는 단어를 참 많이 남발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도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 정의를 하며, 우리는 '부모님'이라는 우리에게서 가장 가깝고도 먼 우리를 돌아봤습니다. 우리의 끝에는 어머니가 있었고 사회의 수많은 중년 여성분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겪고 있지만 잘 이야기하지 않는 갱년기에 대해서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남편이나 자식과 관계가 좋은 경우에는 갱년기 때의 불안과 두려움을 상대적으로 덜 겪으셨습니다. 그러나 1인 가구의 상황은 어떠할까요?


증가하는 여성 1인 가구에 비해서 그들을 위한 정보, 특히나 갱년기 관련 정보는 매우 드물었습니다. 가족과 배우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정보가 많았고 심리적인 증상이나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보다는 상품 광고가 대다수였습니다. 우선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서 우리는 곁에 있는 우리를 좀 더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갱년기에 대해서 더 깊게 이야기할 때마다 사실 어머니가 떠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힘들게 일을 마치고 온 어머니가 온종일 누워있던 적이 많았습니다. 무슨 하루 종일 잠만 자냐고 했던 아버지의 말은 폭력적이었습니다. 밤이 얼마나 길었을까요. 어머니의 불면에는 얼마나 많은 손톱자국이 있었을까요. 인터뷰를 하며, 이해하기에는 염치가 없었고 헤아리기는 두려웠습니다. 어머니라는 단어 앞에서 저는 또 다시 유죄가 됩니다. 그렇게 주위 분들을 팀원들고 함께 인터뷰를 하다 재단의 도움을 받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온라인으로나마 영국에 있는 갱년기 관련 기관들을 인터뷰 했습니다.


영국은 조금 달랐을까요? 그러길 바랐지만, 이곳에서도 문제만의 문제로 보이는 것이 저곳에서도 문제가 되어 사회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Menopause Cafe처럼 갱년기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 갱년기 관련 옥외광고를 진행했던 Me.no.pause 캠페인, 갱년기를 secondary school의 교과과정에 포함하기 위해서 진행했던 Menopause support와 같이 해결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관과 이곳에서 노력하시는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래도 우리 아직 희망을 이야기하기에는 많이 이르겠지요. 그럼에도 인터뷰를 했던 분 중에 한 분이 말씀해주셧던 것을 떠올립니다.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고 바꾸려고 하지 않으면, 무엇도 바뀌지 않는다고요.





나의 과수원
슬프을 세는 단위를 그루라 부르기로 한다
눈앞에 너무 많은 나무가 있으니 영원에 가까운 헤아림이 가능하겠다.

안희연,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열과」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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