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갱년기 여성, 가깝고도 멀었던 그 분들의 이야기
매일 이어지던 회의에서 잃어버린 정신이 돌아왔던 것은 대전으로 가는 기차 안이었다. 대전을 인터뷰하러 가보네. 대전에서 팀원 중에 한 분의 어머니를 인터뷰할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인터뷰를 승낙해주신 분은 50대의 1인 가구 분이셨다. 딸고 함께 지냈지만 딸이 상경하신 후에는 혼자서 지내고 계신다. 지인의 어머니여서 오히려 더 떨렸지만 생각보다 더 큰 환대를 해주셨다. 대전은 처음이었는데 아름다운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인터뷰를 마치고 박준 시인의 『우리가 장마를 함께 볼 수도 있겠습니다』를 드리고 왔다. 그렇게 대전의 아름다움만큼의 책임감도 가지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나, 이제 노인이 되는구나 아직 내 인생 덜 살았는데
내가 하고 싶은 거 아직 많은데 내 옆에 같이 있어줄 사람이 있으면 괜찮은데
나 혼자 이렇게 하다가 자식들에게 짐이 되면 어떻게 하지?
얼마 전 손목을 깊게 그은
당신과 마주 앉아 통닭을 먹는다
당신이 입가를 닦을 때마다
소매 사이로 검고 붉은 테가 내비친다
당신 집에는
물 대신 술이 있고
봄 대신 밤이 있고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 대신 내가 있다
한참이나 말이 없던 내가
처음 던진 질문은
왜 봄에 죽으려 했느냐는 것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당신이
내게 고개를 돌려
그럼 가을에 죽을 것이냐며 웃었다
마음만으로는 될 수도 없고
꼭 내 마음 같지도 않은 일들이
봄에는 널려 있었다
- 박 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그해 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