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대하고, 50대 업무를 하는 태도가 바뀌었어요. ‘내가 아직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겠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1인 가구라는 게 제가 전부예요. 그렇다 보니 제가 멈추면 다 무너져요. 그러니까 저는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어요. 혼자 가정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은 아플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그냥 해야죠. 멈추면 나로 인해서 불행해지는 사람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책임이라는 게 있고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내 감정만 생각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이제는 안 하면 안 되는 일이니까 숨 쉬는 일과 똑같은 거니까. 이젠 멈출 수 없는 것 같아요.
Q. 인터뷰 진행하면서 어머니도 갱년기가 왔을 때 혼란스러워하시더라고요. 처음에 갱년기가 왔을 때 어떻게 인지를 하셨나요?
일단 잠이 안 왔어요. 젊었을 때는 잠을 잘 잤는데 어느 날 새벽에 다섯 번 넘게 깼어요. 한 시간 간격으로, 깼다가 다시 잠들면 깊은 잠은 못 자고 온갖 소리가 다 들리는 거예요. 또, 그때는 한 달 동안 몸살감기처럼 엄청나게 아팠어요. '요즘 잘 먹는데 왜 이러지?' 이러면서 무슨 병에 걸린 줄 알고 병원을 갔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그때가 시작이었구나를 알았죠. 지인을 만났는데 그분이 "요즘 얼굴이 왜 안 좋아?"라고 말씀하셔서 "요즘 잠을 잘 못 자서요."라고 말하니 ‘시작됐구나’ 딱 이러는 거예요.
주위에 보니 갱년기가 되니까 손목도 아프고 손마디도 아프고, 안 아픈 데가 없데요. 손이 아파서 병원을 다닐 정도로요. 관절까지 다 문제가 오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나 요즘 그런데?" 하니까 "맞네"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 저분은 너무 잘 살고 계시니까 ‘언제 끝나요?’ 이러니까 ‘ 한 5,6년 걸려’ 그러더라고요. 그때 절망이었어요. 아 이게 진짜 힘든 과정이겠다고 생각했어요.
Q. 저희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앞서 갱년기를 겪어오신 분들이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시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듣고 도움이 되셨는지요?
경험을 듣는 게 직접적인 도움이라기보다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얻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한 편으로는 잘 넘겨야겠다 스스로 생각했어요. 주위에 갱년기를 잘 넘겼던 분들은 잘 지내고 계신데 그렇지 못한 분들은 병원도 계속 다니시고 심리적으로도 너무 힘들어하세요.
그래서 갱년기는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일단은 특정한 호르몬 변화로 인해서 몸에 변화가 일어나는 거잖아요. 그게 몸의 과도기다 보니 특별히 관리를 해야 될 게 건강도 챙겨야 하고, 정신건강도 챙겨야 하는 거죠. 젊었을 때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가 이젠 혼자서는 못해 이렇게 되어버리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다 종교를 갖고 계도 만들고 하는 이유가 이런 거구나 생각했어요.
Q. 저희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갱년기는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일이 잖아요? 딸이 한 번은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초경을 하면 어떤 나라에서는 파티도 해주는데 갱년기가 되면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도 않고 왜 그냥 넘어가야 해?" 주변을 보면 진짜 너무 힘들어하는데 어른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고 혼자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먼저 갱년기를 겪으신 분들의 이야기를 이것도 사이클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때는 평탄하게 가는 사이클이 있고 또 다른 때는 막 요동치는 사이클이 반복된다고 해요. 증상적으로는 신체적인 것과 감정인 것으로 사이클을 타면서 그랬다가 평탄에 지겠죠? 그래서 갱년기이신 분들을 보면, 어느 날은 괜찮다가도 또 어느 날은 얼굴이 안 좋은 거죠. 어떤 분들은 증상이 너무 심해서 샤워하다가 쓰러지신 분도 계세요. 또 다른 분은 합병증으로 이석증이 생겨서 몇 달 동안 누워있기도 하시고... 저는 혼자다 보니 더 무서웠어요. 그 사람들은 쓰러지면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니 두렵죠. 강아지를 훈련시킬 수도 없잖아요.
또 부모들은 그렇게 생각해요. 자식은 나가 있으면 자식 아니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주변에 가까이 사람을 꼭 두라고 이야기하는구나. 관계의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진짜 친한 지인들한테는 제 집 번호를 알려줬어요. 혹시라도 제가 연락이 안 되거나 혹시라도 기도하다가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전화를 했는데 안 받으면 우리 집 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등짝을 때려요. 그분들이 제가 농담을 하는 줄 아시는 거예요. 그렇지만 저는 진짜 걱정이 돼서 말을 하는 건데 그분들은 다 가정이 있다 보니 이해를 못하시는 거죠.
Q. 감정적인 힘듦은 풀고 싶은 순간이 오잖아요. 그럴 때는 친한 분들한테 얘기하시나요?
아니요. 오히려친한 분한테는 관계가 깨지기 때문에 이야기를 잘 못해요. 그럴 때면, 제 피붙이 밖에 없더라고요. 감사했던 게 딸이 사람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하고 자기들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저와 이야기를 해주니까. 그런데 또 딸이 불쌍하죠. 저의 스트레스를 다 받아줘야 하니까요. 그래도 잔소리는 자주 하죠. 그렇게 또 딸에게도 이야기하기가 망설여지다 보니, 어느 날 꽃하고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그 감정을 풀어야 하니까요.
친구들 만나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건 알고 있지만 내 감정을 호소한다고 해서 상대적인 반응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기도하면 평안해지는건 맞아요. 그렇지만 이게 육을 입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육적으로도 풀어야지 영적으로만 해결될 수는 없는 거잖아요.’라고 말하면 친구들이 다 끄덕끄덕해요. 그 이유가 다 마찬가지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정말 귀찮아도 퇴근하고 나면 친구들을 만나려고 노력을 해요. 풀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갱년기 때의 몸이 꼭 오래된 아이폰을 쓰는 것 같아요. 아이폰 오래 써보셨나요? 제 아이폰이 딸이 쓰던 거라서 오래되었는데 딱 갱년기의 몸과 비슷해요. 분명, 아침에 충전해서 100% 충전된 것을 보고 나갔는데, 한 3시간 돌아다니니까 갑자기 20%인 거죠. 이게 갑자기 어느 순간, 어떻게 떨어질지를 스스로도 모르는 거예요. 진짜로 인생의 다른 역경들처럼 타이밍이라도 알면 예측이 될 텐데 그게 안되니까 너무 어려워요.
아까 친구를 만난다고 했잖아요. 근데 오늘 그 친구가 저기압이야. 그런데 저도 저기압이면, 둘이 부둥켜 울어요. 오래된 핸드폰의 배터리 같은 인생이 되다 보니 에너지도 제 마음대로 쓸 수가 없어요. 회사에서 쓰고 나면 그 이후에 나는 완정이 방전이 되고 이후에는 줄곧 충전 모드가 되어야 하는 거예요. 충전을 하려면 몸을 아끼게 되잖아요. 그래서 한동안은 퇴근하고 집에 와서 가만히 누워만 있었어요. 그러지 않았으면 그다음 날 일을 못하니까요.
그리고 또 충전을 해도 오래된 핸드폰은 충전이 잘 안되잖아요. 쉰다고 쉬어도 몸이 풀어지지가 않아요. 또 밤에는 잠은 쉽게 못 이뤄요. 그러면, 뇌는 깨어 있으니까.. 별의별 생각을 혼자서 다하면서 다가오지 않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하죠.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그래서 부러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요. ‘우리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서 커피를 마시자’라고요. 그래서 제가 통화를 하면 그 친구들은 또 주부니까 “아이들 밥 다 차렸어?” 물어봐요. 밥 다 차린 거 확인하고 만나서 커피를 마셔요. 그 친구의 남편이 이해를 잘해줘서 밤에 공원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근데 우리 둘 다 술은 못 마시니까 치맥은 못하고 치콜을 먹어요. 그렇게 풀어내고 또 갱년기에도 익숙해지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