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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욱 Jan 17. 2021

{Li:Fe} 닳아가는 세대

2020년 12월 기말고사가 끝나기 하루 전 날 전화를 받은 순간이 아직도 기억난다. 아산 프론티어 유스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며, 기쁜 감정도 컸지만 '붙어버렸다(?)'라는 생각도 있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사회혁신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지만) 관련한 지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사회학과 통폐합'이 떠오르고 혁신이라고 하면 SK 이노베이션에서 하는 광고밖에 떠오르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자마자 도서관에 가서 '사회혁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 중에서 비교적 최근 책들을 빌려서 읽었다. 


그렇게 시작된 한 해는 동안, '사회 혁신', '소셜 섹터'와 같은 단어 속에서 '모호함'과 '독창성'의 줄타기를 계속했다. 지금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다양한 사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한 분, 한 분의 이야기가 내 안에 쌓이니, '하나의 사회 문제에도 다양한 층위가 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함께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얇은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 


문학할 때는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하고 다니던 친구가 "나 요즘 행복해"라고 이야기하니 주변 친구들도 취업준비를 시작하며 물어본다. "그런 곳은 어떻게 준비해?" 맞다. 대학에 와서, 사회적으로는 놀랍지만 아무도 놀라지 않았던 것이 바로 성공에 표준화된 공식이 있다는 점이었다.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자면,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수출입은행, 산업은행과 같은 금융공기업을 가면 성공한 대학 생활이다. 1학년 때는 경영학 이중전공을 위해서 공부하고 군대를 다녀와서는 CPA 강의 등을 듣고 특정 동아리를 하며 기출문제를 공부해라'와 같은 방법이나 '해외 영업이나 상사는 전공 지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코트라 등에서 인턴을 한 뒤에, 제2 외국어 자격증과 무역 영어 등을 취득하면 좋아'와 같은 예시이다. 



앞선 예시를 듣고 답하시오. 

당신의 삶에서 가장 올바른 길은? 


위와 같은 순간에 삶은 주관식보다는 객관식에 가까워진다. 얼른 선택하고 다음 문제들로 넘어가야 할 것 같은 조급함도 든다. 마치 시험을 볼 때 다른 사람의 마킹하는 소리처럼 대외활동이니, 자격증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우리를 스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업을 준비하고 또 성공한 인생을 산다면, 우리는 행복할까? 시험을 치기 급급했기에 미루고 미뤘던 질문을 우리는 던져볼 필요가 있다. 기업, 특히나 대기업은 운영의 효율성과 리스크 감소를 위해 대부분의 업무와 직무가 표준화되어있다. 또한, 다양한 방식을 경험하기보다는 정해진 길을 통해 전문성을 기르고 승진을 한다. 그러한 표준화된 길에서는 개인이 충족감을 얻기 쉽지 않다.


충족감과 관련한 고민이 들 때면, 우리는 보통 "직장 생활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이야기하며 버티거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그럴 때, 유독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다크호스'들이다. Li:Fe Lab에서도 이번 주, 사회 속의 다양한 다크호스들을 조사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소리를 보는 통로'의 대표님이신 윤지현 님, 매일 우리의 시사 상식을 채워주고 있는 뉴닉의 김소연, 빈다은 20대 여성 공동대표, 유튜브에서 게임 스트리머로 활동 중이신 자빱님이 예시로 나왔다. 


삶의 방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성공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개인을 표준화된 틀에 끼워 맞추는 삶 속에서 행복은 틀에 맞게 작아질 수밖에 없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에 청년 세대가 집중하는 이유는 거시적인 행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선 시험의 비유처럼 답이 바뀌러면,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당신은 표준화된 공식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다크호스의 길을 따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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