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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욱 Jan 24. 2021

{Li:Fe} 인터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Li:Fe Lab의 여덟 번째 이야기 

왜 실패는 축적되지 못할까? 


 "만일 내게 나무를 베기 위해 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우선 나는 도끼를 가는데 45분을 쓸 것이다."는 학창 시절에 우리가 많이 듣던 명언입니다. 사전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 역설하는 이 명언을 착실히 따라 우리는 수능, 고시, 취업에 앞서 다양한 합격 수기를 찾아봅니다. 저 역시 고등학교 때는 서울대 합격 수기, 고시를 준비할 때는 최연소 혹은 수석합격 수기를 주문을 외우듯 읽고 부적처럼 책상에 붙여놓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앞선 수기가 너무 이상적이었음을 깨우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실패의 사례에서 배울 것이 더 많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왜냐하면, 합격 혹은 성공의 스토리에는 대부분 도끼를 갈 때나 나무를 선정할 때의 시행착오가 생략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이러한 시행착오 역시 성공을 한 후에 이야기하기 때문에, 미화되어 이야기하게 되거나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공을 하려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해!'라는 생각에 실패한 경험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는 성공하기 위해서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과정처럼 받아들여집니다. 


어느 날 우연하게 지금 Li:Fe Lab(이하 라이프:랩)을 함께 하고 있는 친구와 앞선 문단과 비슷한 결의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나눴습니다. 특히나 사회 문제 해결의 주체와 당사자성을 논의하다 '왜 청년들의 문제에,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할까'이야기로 한참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맞아!" "맞아 맞아"로 한참이 이어지던 이야기를 지하철 막차 때문에 서둘러 정리하고 카페를 나왔을 그때, 저희 둘 다 몰랐을 겁니다. 그 대화가 라이프:랩이 시작될 줄은. 


신묘했던 그 날의 하늘처럼 신묘했던 라이프:랩의 시작




실패를 연구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자! 

어느 날 문득 앞선 이야기의 친구가 독서모임이 끝난 뒤에 잠깐 이야기할 시간이 있냐고 묻더군요. 저는 마치 학창 시절에 나머지 공부를 하는 마음으로 줌의 링크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공부보다는 훨씬 (더 공부량은 많지만 ) 재미있는 프로젝트 제안이었습니다. 잠시, 서로의 방향성을 확인 한 뒤에 냉정한 재미주의자를 삶의 좌우명처럼 여기는 저는 '재밌겠다!'라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강력한 동기로 라이프:랩을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Li:Fe Lab의 스터디 결과물이었습니다! 



 "이 요상한 {Li:Fe}가 붙은 글은 뭐냐?" 제 브런치를 구독하는 친구가 제게 어느 날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제 브런치를 예전부터 구독하셨던 분들도 궁금하셨을 듯합니다. 앞선 요상한 {Li:Fe}가 붙어 매거진에 올라왔던 글들은 바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친구들과 매주 주제와 실험을 정해서 진행했던 것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렇게 팀원들과 함께 나 자신의 에고를 탐색해보는 과정에서부터 우리 세대의 문제를 파악해보는 스터디까지 진행하였고 결과물도 각자가 원하는 플랫폼에서 포스팅을 하였습니다. 




인터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우리의 타겟을 사회 초년생으로 좁힌 뒤, 우리는 구성원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경험이 있던 인터뷰를 주요한 자료 수집 방법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인터뷰는 매우 좋은 방식이었고 레퍼런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인터뷰를 잘할 수 있을까?'는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1월을 인터뷰 자체에 대해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해보는 기간으로 설정하였습니다. 1월의 스터디를 준비하며, 이와 관련해서 자료를 모으고 있었지만 범주는 '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새로 함께하게 된 분이 기록학 전공과 관련한 귀중한 논문들을 우리에게 소개해주었습니다. 



논문이 비록 구술사였지만, 어떠한 태도와 전략을 통해 인터뷰를 설계해야 할지 큰 틀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 다시 돌아온 듯한 기분도)  또한, 라이프:랩은 매주 리딩 자료와 함께 실험도 진행합니다. 이번 주 실험은 '인터뷰어'에 대한 실험이었습니다. 인터뷰어를 선정한 뒤, 그와 관련한 키워드를 3개로 정리해보고 '내가 되고 싶은 인터뷰어'까지 설정해서 스터디 때 공유를 진행하였습니다. 





1. 보람 

보람의 실험 자료

보람이 선정한 인터뷰어는 현재 조선일보 디지털 편집국의 문화부장이신 김지수 기자님이었습니다. 저희에게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죠. 최근에 팟캐스트에서 '인터뷰란 한 사람의 인생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이다'라는 말을 인상 깊게 들어 선정하였습니다. 보람이 인상 깊었던 세 가지 키워드로는 '경계', '자기중심적', '이해'를 선택하였습니다. 이번 실험을 통해서, 보람이 지향하는 인터뷰어의 모습은 내려놓는 인터뷰어였습니다!


2. 산호 

산호의 실험 자료

산호가 선정한 인터뷰어는 유철인 교수님이었습니다. 제주도 출신이 아님에도 4.3 사건과 관련한 생애사 면담 연구를 진행하신다는 점부터 감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논문에서 나왔지만 "나는 거의 질문을 하지 않았다"에서 구술사임에도 좋은 인터뷰와 일맥상통하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유철인 교수님에게서 산호는 '라포', 'Life history(생애사)', '시점'을 세 가지 키워드로 선택하였습니다. 이번 실험을 통해서, 산호가 지향하는 인터뷰어는 잘 듣는 인터뷰어였습니다! 




3. 보라

보라의 실험 자료

보라가 선정한 인터뷰어는 김경희 편집장님이었습니다. 저도 구독하는 받아보는 <컨셉진>의 편집장님이어서 반가웠습니다. 매달 컨셉진에 실린 인터뷰를 보면서 저는 '어떻게 매번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깊이 있는 인터뷰를 하시지?'라고 늘 감탄을 합니다. 김경희 편집장으로부터 보라는 '일상', '작은 노력' '취향과 스토리가 담긴 인터뷰'를 세 가지 키워드로 선택하였습니다. 이번 실험을 통해서, 보라가 지향하는 인터뷰어는 말랑한 인터뷰어였습니다!


보람, 산호, 보라 모두가 실험에서 참고한 레퍼런스는 서로 달랐지만 지향하는 유사했습니다. 그래서 인사이트를 나누면서, 인터뷰를 진행할 때는 자신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더 나아가서 인터뷰이가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스스로의 이야기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말랑한 인터뷰어가 되기로 지향점을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실전이다!


그렇게 스터디를 나누고 캘린더를 봤더니 바로 다음 날이 대망의 첫 인터뷰 날이었습니다. 모두 다양한 방식으로 인터뷰를 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라이프:랩에서는 처음이었기에 기대도 되고 동시에 긴장도 되었습니다. 라이프:랩은 어떻게 인터뷰를 진행했을까요? 이와 더불어, 저희는 나아감도 중요하지만 서로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마지막 주간을 항상 회고 주간으로 설정하기로 하였습니다. 다음 주에는 인터뷰와 회고 주간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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