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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욱 Jan 31. 2021

[Li:Fe Lab] 우리는 어떻게 대화할까?

바깥의 우리와 안쪽의 우리와 나눈 대화 


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늘 생각한다. 불행하거나 역경의 순간은 스스로의 잘못된 결정이 만든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그러한 순간을 이겨내는 순간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스무 살에 친구가 용한 곳이 있다며 같이 보러 가자고 해서 재미로 봤던 점을 본 적 있었다. 역마살이 있다는 말만 기억에 남는다.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돈다는 뜻이라고 친구가 설명해주었다. 그때는 '아~ 내가 외교관이나 KOTRA 같은 곳에 들어가는 게 운명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요즘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라는 이야기였구나!'


사람과의 대화는 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 사람과 여행은 나의 시야를 넓혀주는 동시에 다양성을 더해준다. 작년부터 유난히 인터뷰 진행을 할 기회가 많았다. 새로운 인터뷰이를 찾을 때는 여행지를 찾듯 찾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찾아본다. 유적이나 명소를 찾는 것처럼 지난 활동들을 살펴본다. 그곳만의 문화나 특색 있는 음식도 빼놓을 수 없으니 인터뷰이의 취향이나 '나다움'도 찾아본다. 그렇게 정보가 쌓이면 조금은 겸손하지 못한 생각이 든다. '이제 웬만한 건 문제없겠다!' 그러나 막상 여행을 떠나보면, 얇게 쌓였던 정보가 삶의 지혜로 바뀌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인터뷰도 그러하다. 질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예상되는 답변을 떠올리지만 그 예상과 다른 깊이와 넓이의 답변이 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이테가 하나 늘어나는 기분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던 인터뷰




1. 라이프:랩 인터뷰 이륙하겠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면 비행기가 서서히 이륙할 때처럼 긴장과 설렘이 교차한다. 그러나 매번 비행기를 탈 때마다 반복되는 똑같은 안내방송은 앞선 감정을 익숙함과 지루함으로 바꿔버린다. 승객들도 그때쯤이면, 준비해 둔 테블릿을 꺼내 영화를 볼 준비를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잠에 든다. 그렇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자기소개해 주세요." 이후에 "안녕하세요 ㅇㅇㅇ에 다니는 ㅇㅇㅇ입니다"와 같은 방식은 조금은 식상했다. 그래서 라이프:랩은 인터뷰 이륙 후에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인터뷰를 시작한다. 우선 "ㅇㅇ한 life를 살고 있는 (별명)입니다."로 서로 자기소개를 진행한다. 그렇게 서로의 소개가 끝나면 '나'를 그리기 활동을 이어간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얼굴을 그리고 강조하는 부분에만 색칠을 하는 방식이다. 


보람의 '나' 그리기. 그림도 글처럼 그리다 보면 나아지겠죠!?



나는 첫 번째 인터뷰에서 저렇게 스스로를 그렸다. 얼굴을 음표로 그리고 귀를 초록색으로 색칠하였다. 예전부터 스스로를 '쓰는 사람'으로 정의를 하곤 했다. 그러나 늘 어떤 것을 매개로 쓰는 삶이고 사람인지는 의문이었다. 앞으로도 이어질 고민이겠지만 최근 회사에서도 인터뷰를 기획하고 글을 쓰며, 현재의 나를 듣고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렇게 인터뷰를 시작하니 나 역시 긴장과 설렘이 이어지고 서로의 이야기에 조금 더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하면서 현재 나의 상황과 상태도 돌아볼 수 있었다. 





2. 아 맞다!! 나 파일럿이었지!!! 


그렇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승객이 아니다. 승객은 비행기에 탑승한 후에 편안하게 영화를 보거나 경치를 봐도 된다. 그러나 파일럿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나 인터뷰는 자동항법장치도 없다! 스스로가 우리 비행기로 여행을 떠나겠다고 선택해주신 인터뷰이를 잘 모시기 위해, 부단히 계기판도 보고 승객이 편안한 지도 살펴야 한다. 그래서 본격적인 '질문'이라는 항로에 진입을 하면 함께 진행하는 보라와 부단하게 소통을 했다. 구글 독스 상에서 "3번째 이어서 할게요." "이어서 질문해주세요" "오키오키" "고고" 등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시선이 가끔 다른 곳을 향할 때도 있었다. 아무렴 어때! 내부 교신은 효율적이고 오류만 발생하지 않으면 된다. 지난 일 년 동안 서로가 이야기할 때 경청하던 습관과 그러한 라이프:랩의 조직 문화는 이렇게 '눈치'가 필요한 순간에 빛을 발했다. 서로가 어떤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싶은지, 더 말하고 싶은 상황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교신을 이어나가며 지금까지의 스터디가 스며든 질문을 모두 해낼 수 있었다. 에고와 시스템, 성장통, 노력과 운까지. 지금까지 매주 진행했던 스터디를 바탕으로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에고와 시스템 관련한 스터디] - 매거진에서 더 많은 스터디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이런 이야기를 다시 나눌 수 있어서 또 좋았고 질문해주시는 것들로 인해서 잊고 있던 거라든지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부분들까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돼서 저한테도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해요!"



인터뷰에 참가해주셨던 분이 끝으로 해주셨던 말이다! 그렇게 라이프:랩을 통해서 떠났던 우리의 여행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좋은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이었다. 새롭지만 낯설지는 않았으며, 편안했지만 배움이 없지 않았다. 우리 바깥의 우리와 충분한 대화를 나눈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 내부의 우리와 대화를 나눌 시간이었다.



3. 회고를 합시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박새로이는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나를 잃지 않고, 원하는 전부를 이루고 싶었다. 슬픈 나날이 있었다. 어떻게 버텼을까. 어떻게 버텼을까. 이들 곁에 있는 것. 이들과 함께 하는 것." 그렇다. 라이프:랩을 하면서도 매일이 좋을 수는 없다. 가끔은 힘들 때도 있고 여러 일을 함께 하기 때문에 지칠 때도 있다. 앞선 문장에 '있다'는 솔직하지 못한 단어다. '많다'가 더욱 어울린다. 그럼에도 '많다'라고 이야기하거나 적지 않는다. 함께 하는 사람들 덕분이다. 그래서 지치고 힘들더라도 그냥 쓰러지거나 누워있지는 않는다. 고민을 하거나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떠올린다. 옆에서 함께 뛰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래서 라이프:랩은 회고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 한 주 전체를 회고 기간으로 설정했다. 타인에게 공유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다면 "찬스"와 "패스"를 이용하는 설문을 통해서 팀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제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두 달. 라이프:랩 자체가 방향성을 잡아가는 중이라 혼란스러움이 많기도 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오히려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해졌다. 앞선 두 문장을 잇는 접속사는 투명함이다. 서로의 힘듦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성과에 대해서도 함께 피드백을 나눈다. 그렇게 자연히 소통도 늘어나고 원만해질 수 있었다. 앞으로 더욱 무럭무럭 자랄 라이프:랩에서도 이러한 문화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부분의 만족도가 5점 만점에서 4점이 넘었지만 개선해야 할 점들도 많았다. 우선 팀 내에서의 역할이 조금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었다. 모두가 함께 일을 해나가는 조직은 이상적이다. 그러나 이는 조직과 개인에게 모두 해로울 수 있다. 함께 의견을 나눠야 할 부분과 개인이 역량을 개발하고 성장해나가야 할 부분은 구분되어야 한다. 회고를 하며, 가장 긴 시간을 쏟은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그 결과, 콘텐츠를 담당하는 팀과 조직에 대한 고민을 하는 팀으로 내부적으로 역할을 조금 더 선명하게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첫 인터뷰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어서 두 번째 인터뷰도 마치고 곧바로 회고도 진행했습니다. 정말 부모님이 어렸을 적 저를 보시고 '건강하고 착하게 커다오'라고 이야기하셨던 것처럼 라이프:랩에 저도 비슷한 이야기를 회고를 통해 나눴습니다. 2월에는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어떻게 첫인사를 나눴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다시금 스터디의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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