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민욱 Feb 21. 2021

[라이프:랩 이야기] 우리집은 어디에 있을까?

Home, sweet Home을 찾아서 


1.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처음 부동산 계약을 했던 순간은 잘 잊혀지지 않는다. 작년, 휴학을 해서 학교 기숙사를 나와야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학교 주변에서 자취방을 알아봤다. 여러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전전할 때 친구가 사기를 당해 전세금을 못 받았다고 이야기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심심치 않게 신문에 그러한 기사가 실렸기 때문에 내 무서움은 가중되었다. "네", "아니오" 아무리 이것저것 검색을 했고 조언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사무실에 딱 들어갔을 때 오랜 경력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엄청나신 중개사님 앞에서 질문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꼼꼼하게 계약서를 읽으며 사인을 했지만 무엇을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정말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통장을 탈탈 털어 겨우 맞춘 보증금과 매월 나갈 월세도 신경을 써야 했다. 그리고 보증금을 못 받을까 대출 이력도 물어봤지만 그렇게 깨끗한(?) 집은 거의 없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주거만은 아니었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갖춰져야 할 주거부터도 막막했다. 우리 집이라고 부를 집을 나는 언제면 구할 수 있을까.  




2. 저기 저 별은 나의 맘을 알까 나의 꿈을 알까.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이 유래도 알 수 없는 놀이가 웃프게 떠올랐다. 앞선 경험을 했던 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저 놀이를 웃으며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대학가를 조금만 살펴보면 가끔 발밑에서 불이 나올 때가 있다. '지. 옥. 고'를 마주하는 순간이다. 창문은 쇠창살로 막혀 있고. 또 여름에 갔던 친구네 옥탑방의 더위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렇게 두꺼비에게 지어주었던 모래성보다 못한 집들도 많다. 어렵사리 구직 문제를  해결하면 구집 문제가 다시 청년들 앞에 놓이는 것이다. 매번 비행기를 타며 서울에 오면 상공에서 '이 많은 집들 중에서 내 집이 하나도 없나'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몸 뉘일 여유와 공간이 없어 꿈은 피기도 전에 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번 주 Li:Fe Lab에서는 팀원들과 함께 아래의 조건에서 우리의 집을 찾아보았다. 


<사회 초년생 A(28세)의 기본 정보>

- 충남 천안 거주, 2021년 서울시 영등포구 소재 직장에 취직, 세전 연봉 2,800만 원 
- 청년 부동산 정책 하나 이상 이용하기 


가난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산호 부동산 


산호의 실험에서는 직장에 취직을 했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소소한 자기 계발을 이어나가는 청년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주위에 있는 공공도서관, 체육센터 등에서 운동과 공부를 이어나가는 모습이다. 이러한 조건의 프로토타입을 설정한 후 산호는 LH 청년 임대주택을 사용해서 직장 근처의 오피스텔을 선정했다. 이자율이 중소기업 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보다는 높았지만 LH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해주기 때문에 위에서 나처럼 사기당할 위험을 덜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중개인을 믿어, 보라

보라는 프로토타입을 구체적으로 설정했던 점이 인상 깊었다. 산호와 다른 팀원들과 차이가 나는 점은 통근 시간 동안 책을 읽기 때문에 긴 시간을 오가는 데에 기회비용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또한 따릉이나 자전거가 이용 가능한 지역이며, 본가에 부모님과 함께 거주했기 때문에 부모님이 오시기 편한 지역을 고른 점 역시 보라만의 포인트였다. 보라는 중소기업 취업 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을 사용해서 수원시에 주거를 선정했다. 



보람의 보람찬 홈 컨설팅


보람은 현실적으로 구했다. 최근 취준 기간이 길어지면서 재산은 마이너스가 아니면 다행이다. 그리고 직장인 평균 지출금액을 조사해서 생활비 역시 설정했다. 지원 정책으로는 보라와 동일하게 중소기업 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활용했다. 빌트인으로 가구가 마련되어 있지만 스스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집을 선택했다. 이러한 고려사항을 종합해서 가산에 있는 오피스텔을 주거로 선정했다. 


찾아봐요, 소명의 집 

소명이 설정한 프로토타입은 '월급은 귀엽지만 얼마 전 우리 회사가 대기업에 인수당했다'라는 점이 독특했다. 이와 더불어, 부모님의 연소득이 7,000만 원 이상인 경우로 설정했다. 생각보다 주변에 부모님의 자산이나 소득은 높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서 사회 초년생 때 독립을 시작하며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비현실적이지만은 않았다. 또한 다른 팀원들과 달리 알아볼 대부터 보증금을 신경 써서 융자금 없는 건물을 찾아봤으며, 이를 종합해서 소명은 화곡 동에 있는 오피스텔을 선정했다. 


자취, 조금만 미루면 안 될까요? 

문제에 문제제기를 한 이름은 자취를 미루는 선택을 했다. 취미가 넷플릭스 시청이기 때문에 주변에 문화시설이나 체육시설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또한 가장 큰 걱정인 출퇴근은 정기권을 통해서 해결했다. 엠빅 뉴스에서 진행했던 서울공화국 시리즈에서는 이렇게 멀리 지방에서 서울까지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의 사연도 많이 소개가 되었다. 이렇게 자취를 조금 미루고 재산을 모아서 서울에서 안전하고 쾌적한 집을 구하자는 것이 이름의 의견이었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

이나의 조사에서도 청년들이 주거를 선정할 때의 다양한 고려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나 옷으로 인해서 분리형인 원룸과 인스타 핫플과의 접근성이 그러했다. 그래서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합정과 같은 인스타 핫플과 더불어 마트와 편의시설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이를 종합해서 이나는 서울시 청년 임차보증금 지원 사업을 이용해서 신길에 있는 분리형 원룸을 선정했다. 


사실 이번 스터디를 준비하며, 걱정도 되었다. 두 명으로 시작했던 조직의 인원이 6명으로 훌쩍 커버렸기 때문이다. 조직을 경험하다 보면, 인원수가 n만큼 늘었을 때, 생산성이나 결과의 효율도 n만큼 느는 경우는 오히려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2명씩 내부적으로 팀을 이뤄서 논의를 진행했다. 2명이 상의해서 하나의 부동산을 선택한 이후에 다른 팀원 분들에게 설득을 진행한 뒤에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후에는 나름의 경매처럼 투표를 했다. 그래서 결론은 어떤 주거가 선정되었을까? 놀랍게도 독립을 조금 미루자는 방안이 선정되었다.  




3.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오랜만에 조용필의 꿈을 들으며 글을 썼다. 한 주 동안 팀원들과 우리가 몸을 뉘일 숲과 늪에 대해 오래 고민했다. 이 서울이라는, 한국이라는 곳에서 어디가 숲이고 어디가 늪일까. 숲도 늪 위에 있거나 늪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나 위에서 보면, 자산을 1000만 원 이상 설정한 사람은 없었다. 서른을 바라보는 28세도 그렇게 소득이나 자산이 기대되지 않는다는 것의 반증일 것이다. "그러면 독립을 아직 하면 안 된다"라는 반박은 타당하나 공허하다. 언제까지 미룰 수 있을까. 동시에, 청년들이 주거를 선정할 때, 어떤 것을 중시하는 지도 알 수 있었다. 누군가는 자산을 모으는 것에, 누군가는 독립 그 자체에 의의를 두었다. 또한 취미생활과 안전하고 개인적인 삶의 보장을 꿈꿨던 팀원도 있었다. 


주거 지원 정책이 금전적인 지원에만 머물러 있는 점과 더불어 최근 소셜 섹터에서 활발하게 논의가 되고 있는 쉐어하우스나 코리빙하우스, 공동주택이 하나도 선정되지 않았던 것 역시 아쉬웠다. 실제로 일하시는 분과 이야기해보면 앞선 주거 형태 내에서도 위치, 내부 프로그램, 혜택 등으로 인해서 격차로 인해서 거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든 것에서부터 줄을 서서 대기하는 것까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이상적인 형태이지만 너무 이상을 좇음으로 인해서 청년들의 눈높이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에, 이후에는 조금 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주거 형태가 나왔으면 좋겠다. 독립할 주거를 선정하기 위해서 스터디를 진행했지만 다수의 의견이 독립을 미룬 것은 우리의 웃픈 결론이었다. 그러나 이 결론이 앞으로 바뀌어갈 주거 지원제도와 형태 변화의 서론이 되기를 바라며 스터디를 마쳤다. 



그렇게 설 명절을 끝내고 2월의 두 번째 스터디를 마쳤습니다. 2월은 달이 짧기도 하고 명절도 있었기 때문에 훌쩍 지나갔네요. 어느덧 3월입니다. 이제 팀원들이 모두 학교로 돌아가는데요. 학기 중에는 어떻게 운영을 하고 또 중장기적으로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지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열심히 기획 중입니다. 다음 주는 다시 회고 주간이 돌아왔네요. 새로 들어온 팀원들은 조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고 느꼈을지 궁금하네요! 다음 주는 회고의 방식의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라이프:랩 이야기] 괴물이 되지 않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