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惡夢)

네 번째 시

by 변민욱
우린 지루한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이건 이야기일 뿐이야*

감정의 묘에 초대돼 비문을 적어야 하는 날이 있다 하얀 종이들의 꿈속에서 나오면 나는 후임에게 어젯밤 귀신 꿈을 꾸었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오늘도 내 알몸의 그림자로 백지를 가린다 반사광에 눈이 멀지 않은 순간 내 탯줄을 내가 끊을 수 있을 텐데

사람의 머리에 뇌가 생겨나서야 눈에 눈물샘이 생겼다

물고기가 내 시 선생이다 너를 새우 한 마리로 초대하려는 나의 손에 너는 바늘을 꿴 적이 있다 그때 내 피를 처음 먹었다 사과가 탯줄로 이어져서 아직도 내 피에는 사과 맛이 났다 네 피에서는 비릿한 맛만 나서 샘이 나서 한참을 울었다

그러나 나의 구도가 너의 구도로, 나의 기도가 되어서도 안된다

나는 내 시계에 의해서 길러지는 앵무새다 네가 말하는 안녕을 나는 하루에도 수없이 따라 한다 너에게 반항을 하기 위해 00시 00분 00초에 나는 새장 밖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늘 안녕을 짝수 번 말한 죄로 매번 체포된다

안녕 양철 나무꾼아 너는 내게 마녀를 사랑했다는 걸 들켰어 어서 도서관으로 와 내 심장을 대출해 줄게 너는 장작을 패던 도끼를 내려놓고 손은 누군가를 잡기 위해서 그려졌다는 것을 알게 될 걸? 다시 도끼를 들었을 때 녹이 슨 한숨에서 그녀의 이름 한 글자가 섞여 나오면 대출기간이 지난 거야 연체료는 받지 않을 게 안녕

나의 이름에도 주석이 달릴까?




*이민하 「비둘기 페트라」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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