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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처음이라

어떤 가벼움은 모든 무거움보다 잡기 더 힘들었다.

by 변민욱


'윤회(輪廻)'


이 두 글자를 오래두고 생각했다. 무겁고 무서워 글을 적지 못했다. Track9을자주 들었다. 가사도 좋지만 제목이 없어서 마음에 더 들었다. 삶보다 오래갈 무언가와 부질없는 무언가를 떠올렸다. 그래서 다시 글을 써 내려가고, 잠을 자고 일어나고, 제자리에서 코키리 코를 돌면서 어지러움을 느꼈다.


방은 아침마다 "언제나 똑같은 삶을 살게 되리라."라고 속삭였다. 다시 잠을 자려 했지만 의식이 나가려는 차에 꿈이 불쑥 찾아왔다. 이렇게 꿈이 불청객으로 찾아오는 날엔 "누구세요?"라고 묻기보다는 "어떻게 오게 되셨나"라고 물으며 맞이해야 한다. 그와 함께 나는 바다로 향했다. 배 한 척이 묶여 있었다.


어릴 적 묶여있는 배와 항구 사이의 바다가 무서운 만큼 끌렸다. 나는 무서움에 종종 이끌렸고 이끌림을 무서워했다. 발을 헛디딘다고 하더라도 빠질 정도의 허공은 아니었다. 허공이자 동시에 무한인 한 뼘 정도의 바다 앞에서 서 있었다. 나는 가장 낮은 곳에 서있으면서도 가장 높은 곳에서 바다를 바라봤다. 그래서 바다는 자꾸만 나를 끌어당겼고 땅은 자꾸만 밀어냈다. 배를 타지 않아도 두둥실 떠올라 걸을 수 있었다.


바다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말이 되지 못한 여러 잡어들이 이리저리 헤엄치고 있었다. 몸의 무늬가 햇살을 받아 바닷속에서도 상념처럼 반짝거렸다. 그들을 잡으려 낚싯대를 드리웠을 때 아버지는 말했다. "눈에 보이는 물고기는 잡을 수 없다." 그 말을 이해하기 전의 바다는 꿈으로만 나를 기록했다. 그러나 뭍으로 올라오자 허공에서 바다와 하늘은, 꿈과 잠은, 죽음과 삶은 자꾸 내 앞에서 헤엄치며 지나갔다.


어떤 가벼움은 모든 무거움보다 잡기 더 힘들었다.


불을 끄고 생일 케이크에 내 나이만큼 촛불을 꽂았다. 초의 개수만큼 어둠이 옅어졌다. 마주 보고 있는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기억이 나지만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더 많은 초를 꽂는다고 하더라도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서로 보이지 않는 와중에서도 노래를 부르는 게 생일이었다면 내 삶은 매일이 파티였다.


오늘도 별주부전 속 토끼는 죽는 날까지 용궁을 그리다 죽었다. 고 일기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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