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미완의 여름은 또다시 목적어를 상실한다.
보상하고 싶은데 보상할 방법이 전혀 없다면 그건 사랑한다는 말과 같은 것이었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 앞에 서있었다.
"이번 열차는 우리 역을 통과하는 열차이오니 다음 열차를 이용해주십시오." 안내 방송이 울렸다.
그 열차를 보며 나는 여름 너머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읽어내고 있었다. 떠올리고 있었다.
일기예보가 언제나 맑음이어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나날들이었다. 지나간 날들을 뒤로하고 너를 본다. 너와 마주한 나는 실패를 또다시 부탁드린다. 철도 위에서 우리는 평행하게 달리고 있다. 우리라는 테두리 안에는 얼마나 많은 모순이 담겨 있을까. 그것을 잊고 우리는 우리가 된다. 마음을 매듭짓던 7월처럼 마음을 풀어헤칠 때의 7월도 모질고 눈부셨다.
두 개의 평행한 선 사이에 무수히 많은 선들이 서로를 연결하고 있었다. 멀리 내다보면 우리의 시선을 따라 두 개의 선은 하나의 선으로, 하나의 면으로, 하나의 점들로 변해갔다. 그렇게 두 선은 만나지 못하지만 만날 것이라는 약속 속에서 살았다.
그렇게 때때로 모순은 기적이 됩니다.
다시 한번 철로가 나의 사랑을 어떻게 사랑을 인용하는지 본다. 별과 달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들이 멀리 있기 때문이다. 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그리며 써 내려갔던 단어의 질감과 네가 나를 부르며 뱉은 말의 어감은 같은 것일까. 너는 왜 복수형이 될 수 없을까. 단 하나뿐인 것들은 가끔, 아주 가끔 꺼내서 먼지만 털어주어야 한다. 자주 꺼내게 되면 사진이 빛이 바래고 변색되기 마련이다.
원근법은 소실점을 내포하기 때문에 아름다웠다. 우리는 한없이 걸었지만 그곳에서 나는 우리가 조금도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았다. 나는 꿈을 꾸는 역할 말고는 이 비극에서 맡을 수 있는 배역이 많지 않았다. 그렇게 미완의 여름은 또다시 목적어를 상실했다.
그렇게 때때로 기적은 모순이 됩니다.
나는 보지 않는다. 읽지 않는다. 그리고 떠올리지 않는다.
*「행복한 난청」, 조연호, p.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