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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y Byun Sep 28. 2021

남미 효과

작은 이야기 둘 - 산투아리오 성모마리아 라스 라하스 대성당

유럽여행 다음으로 버스로 국경을 넘어 본지는 꽤 오랜만이었는데,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국경 근처에 근사한 성당이 있다는 정보를 이미 입수했던 터라 조금은 더 설레이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추운 버스에서 쪽잠을 잤던 터라, 얼굴상태는 말이 아니었고, 퉁퉁 부은 얼굴에 눈조차 뜨기 힘들었지만, 절벽 끝에 있던 산투아리오 성모마리아 라스 라하스 대성당을 마주했을 때, 그 작은 아우라에 나는 금세 압도당하고 말았다. (이 곳에서 에콰도르로 들어가려면 택시를 타거나, 다시 작은 버스를 이용해야했기 때문에 나는 짐을 맡기고 찬찬히 성당을 둘러보기로 했다.)


미리 알아본 정보에 의하면 라스 라하스 대성당은 많은 간절한 소망들이 실제로 이루어 진 곳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성당 주변에 박힌 수많은 글귀들과, 편지들이 마치 이 성당의 위엄을 대변해 주기라도 하듯 성당 벽 주변을 빼곡히 감싸고 있었다.

깊고 가파한 절벽위에 위치한 산투아리오 성모마리아 라스 라하스 대성당
산투아리오 성모마리아 라스 라하스 대성당
간절한 소망들이, 누군가의 안녕을 기도하는 글귀들이 뺴곡히 적힌 비석들.

간절한 소망이라.. 얼마나 간절해야지만 그 소망이 이루어질까. 만약 나에겐 간절할지라도 신에겐 그저 지나칠 수 있을만한 시시한 소망이라면 나의 기도는 그저 그렇게 묵살되어 지나가는 것일까. 얼마나 커다란 소망이어야지만 신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신의 눈에 띄기를 바라며, 성당 앞 갑판에서 화려한 색의 어여쁜 초, 두개를 구입했다. 


거센 바람앞에 위태롭게 타고 있는 연약한 두 개의 초를 집어들고는 두 눈을 감고 나즈막히 내 소원들을 읆조렸다. 


너무나 거대한 현실 앞에 몇번이고 좌절하고 있는 나의 소중한 사람을 위해, 내일이 그토록 간절한 그 사람을 위해, 아프지 않기를, 그리고 언제나 행복하기를.


나의 소망이 시시해보이지 않기 위해 두 눈을 꼭 감은 채 열심히 그녀를 위해 기도를 했다. 


나의 행복과 건강을 나눌 수만 있는다면 좋을텐데.


하늘거리는 두 개의 초는 위태롭지만, 강렬하게 타 올랐다. 그것은 마치_걱정하지말고 남은 날들의 시간을 즐기라는 듯 아름답게 춤을 추며 나를 배웅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한참을 또 간절히_ 


..두 손을 모아 정성스레 이곳에 내 소원을 빌고 또 빈 후, 택시를 잡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대의 소망은 어느 것 하나 작거나 초라하지않다. 모든 소망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을만큼 고귀한 것이기에.'

 

갑판의 몇백개의 초들 중 가장 화려한 색을 띄고 있는 것을 골라들었다.
강렬한 이 불빛처럼, 그녀의 소망또한 강렬하게 빛을 발하기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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