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참으로 좁아서

그러니까 착하게 살아야 합니다

by 감자비버

2월 새 학기 연수로 모든 선생님들이 다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나는 발령받은 학교에 처음으로 출근하는 날이었고,

낯선 학교, 낯선 사람들, 낯선 업무에 정신 못 차리는 게 당연한 그런 날이었다.


점심으로 도시락이 나왔는데 그동안 봤던 도시락과는 비교도 안 되는 맛있는 찬이 있어서

민간 기업보다 맛있는 밥을 주는 곳이 있네- 하고 감탄하기에도 벅찬 날이었다.

반찬을 눈으로 익히며 어떤 순서로 먹어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때에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며 슬쩍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첫날이라 자기소개도 아직 안 했는데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야-

하면서 고개를 들고 서툰 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어쩐지 방금 내 이름을 부른 목소리가 낯익었다.


내게 먼저 인사를 걸어온 분을 보자마자 나는 10년도 더 된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고등학교 때 우리 학교에 교생으로 오셨던 선생님께서 환히 웃고 계셨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그 철없던 고등학생이 된 것처럼 까르르 웃으며 "쌤 뭐예요!"라고 소리쳤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너무도 멀어져 있던 학교라는 공간이 내 옆으로 훅 다가온 느낌이었다.

갑자기 이 학교의 모든 것이 익숙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이곳이 내가 일하게 될 직장이 아니라, 내가 12년을 보낸 '학교'라는 공간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끼쳐왔다.


그 선생님은 내가 학교를 떠나 있는 동안 여전히 '학교'라는 사회적 공간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어릴 적의 꿈을 간직하며 살고 계셨다.

학교 다닐 때 내 꿈은 교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마 그 선생님께서는 내가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어떻게 여기에 있냐는 말씀에 "뭐... 그렇게 됐습니다!" 정도의 답밖에 드리지 못했던 나는, 앞으로 이 직업을 가지고 있는 한 여기저기에서 아는 사람을 많이 만날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을 느꼈다.


그러니까 이날의 결론은, 다시 뵙게 되어 정말 반갑고, 언제 어디서나 착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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