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 시간이 제일 행복해요
사람이 가장 예민해지는 때가 언제일까?
소중한 나의 물건을 누군가 함부로 만졌을 때?
마음에 드는 새하얀 옷을 입고 나갔는데 하필 이날 정한 메뉴가 떡볶이일 때?
그중 단연 최고는 배고플 때일 것이다.
학교 다닐 때 우리 학교 급식실에는 교사 식당이 따로 있었다.
유리문으로 가려진 그 너머에는 비밀스러운 조리실과 배식대가 있어,
선생님들은 우리 학생들과는 다른 반찬으로 훨씬 맛있는 만찬을 즐기고 있을 ㄱ...
이라는 철없던 시절의 상상과는 다르게,
교육실습생으로 다시 모교에 방문해 처음 들어가 본 교사 식당은 그저 평범하기만 했다.
학생들과 반찬은 거의 동일, 양을 조금 더 먹을 수 있다는 점 정도가 차이였을까?
유리문으로 가려져 선생님들'끼리'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사 식당은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던 거라는 걸 졸업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았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일하는 학교에는 교사 식당이 없다.
선생님들도 4교시 수업이 끝나는 시각에 맞춰 급식실에 내려오고
아이들이 배식받는 곳 너머 추가 배식대에서 먹을 만큼 밥과 반찬, 국을 담는다.
가끔 영양 선생님께서 바라보고 계시면 괜히 혼자 찔려서 소시지 몇 개를 덜 담기는 한다.
저도... 아직 소시지 많이 먹고 싶은 나이인데요...
(하지만 많이 담더라도 영양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실 것이 분명하다)
우리 학교는 이 근방 학교 중 가장 맛있는 급식이라고 소문이 자자하고,
심지어 다른 학교에서 우리 학교 급식을 배우러 연수를 오신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가장 놀라운 메뉴는 달걀말이와 제육볶음이었다.
달걀말이는 내가 놀란 게 아니라 남자 선생님들이 가장 놀라셨는데,
그 이유는 군대에서의 경험을 되짚어 볼 때 단체 급식에서 찜이 아닌 말이가 나오는 것은 위대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찜은 달걀을 때려 넣고 찌면 되지만, 말이는 하나하나 손수 말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제육볶음은 내 이전 회사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속으로 흠칫했던 메뉴인데,
돼지고기에서 냄새가 나지 않고 따끈따끈한 온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흔히 남자들의 소울 푸드라고 하는데, 나도 그 자리에서 바로 밥 비벼서 두 그릇 싹싹 비우고 싶을 정도의 맛이었다.
전에 친한 선생님들과 급식실에서 만나 밥을 먹으면서 나도 모르게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사실 올해 살을 좀 빼보려고 이 급식을 끊으려고 했습니다만...
생각해 보니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시간이 이 급식 먹는 시간이더라고요...
그래서 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행복이니까요...
그럼요! 다 먹고살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