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소확행: 테이프의 낭만

기록 & 사랑의 고백

by 다온JIN


카세트테이프가 있던 시절에는 낭만이 있었다.




<낭만에 대하여 – 최백호>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샛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리를 들어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낭만이란 단어가 떠오르면

이 노래가 생각난다


그 시절만의 낭만을

중년의 낭만과 쓸쓸함이 가장 잘 나타내는 곡이라고 한다.


지금은 ‘낭만’이라는 단어의 느낌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가?


핸드폰이 없던 시절,
손 편지와 카세트테이프 녹음으로 사연을 남기고
사랑과 감사함을 전하던 때가 있었다.


기다리고 정성을 드리고

아주아주 천천히

마음이 전해지는 시간이 아주 천천하 다가간다

기다림의 애잔함이 있던

그때의 애틋한 낭만이 그립다.



<어느 행복한 가정의 소리>


2025.12.04

공테이프에 ‘라디오 녹음’이라고 적혀 있어서 들어보는데,
갑자기 어느 가정의 행복한 일상이 녹음되어 있었다.
이분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계실까?
문득 궁금해진다.

“아아!! 행복한 우리 가정 사랑하는 마누라 유진이 우일이 목소리를 여기에 남긴다. 아아”

하하하하
아아 해봐
아아
이이잉
아빠 해봐
아빠 해봐
우율이 아빠 해봐
아버지~~

아버지 말고
아빠 해봐
엄마 해봐
헤헤헤
에에에
이히히 흥흥흥

“멍멍 기사 해봐”
멍멍

“우리는 천하무적 멍멍 기사
멍멍멍해봐”


녹음 속 목소리들이
그 시절의 숨결처럼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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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카세트테이프엔 사연이…>

2025.07.15

문득 생각했다.
우리가 애정하는 카세트테이프에는
각자의 사연이 스며 있는 게 아닐까.

얼마 전 동묘에서 구했던 ‘오페라의 유령’ 테이프를 보니 2000년대 초반, 같이 일하던 직장 후배가

전남 목포의 레코드 가게에서 선물로 사주던 날이 떠올랐다.

참 많이 들었던 테이프다.

각자의 테이프엔 각자의 사연이 있었는데, 세월이 흐르며 퇴색되고 슬며시 버려지고

누군가는 다시 그걸 구하고…

그렇게 묘한 감정을 남긴다.

내가 구해온 테이프들 중, 사연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겨운 테이프 몇 개를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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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음악사에서 녹음했던 테이프

2024.04.23


추억의 테이프다.

그 당시 내가 애정하던 곡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녹음해 와서 정말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곡목은 같은 반 친구 중 팝송 잘 알고 글씨도 잘 쓰던 친구에게
적어달라고 부탁했었다.

테이프 정리를 하려는데 구석 깊숙이 숨겨져 있던 걸 발견했다.

정작 소중한 추억을 너무 홀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좋아했던 곡 하나 링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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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블루

I see the lonely road that leads so far away.

아무리 걸어가도 끝이 없는 그대에게 이르는 그 외로운 길을 오늘도 난 바라봅니다.

I see the distant lights that left behind the day.

오늘도 또 해가 저물고 희미한 불빛들이 하나 둘 켜집니다.

But what I see is so much more than I can say.

하지만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And I see you in midnight blue.

바로 그건 어두운 한 밤중에 우수에 잠긴 그대 모습이었습니다

I see you crying now you've found a lot of pain.

견디다 못해 울고 있는 당신의 모습이 보았습니다.

And what you're searchin' for can never be the same.

당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랑이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건 잘 알아요.

But what's the difference 'cause they say what's in a name.

하지만 겉모습만 다를 뿐이지 그대가 찾는 것은 진실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닌가요?

And I see you in midnight blue.

오늘도 어두운 한 밤중에 우수에 잠긴 그대 모습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I will love you tonight and I will stay by your side.

오늘 밤, 그대 곁에 있으면서 그 마음을 돌려놓고 싶어요.

Loving you, I'm feeling midnight blue.

그대와 함께 한 밤의 고독을 느끼고 싶습니다.

I see you standing there far out along the way.

하지만 여전히 내게서 멀리 떨어져 홀로 서 있는 그대를 봅니다.

I want to touch you but the night becomes the day.

그대와 함께 있고 싶지만 어느새 밤이 지나고 낮은 찾아오고.....

I count the words that I am never gonna say.

끝내는 하지도 못 할 그 말들만 입에서 맴돌고.......

And I see you in midnight blue.

어두운 한 밤중에 우수에 잠긴 그대 모습을 그저 바라봐야만 하는 내가 싫어집니다.

Can't you feel the love that I'm offering you?

그대를 향한 이 사랑을 느끼고는 있나요?

Can't you see how it's meant to be?

우리 사랑은 운명적이라는 것을 아직도 느끼지 못하나요?

Can't you hear the words that I'm saying to you?

가슴으로 전하는 내 사랑의 속삭임이 들리지 않나요?

Can't you believe like I believe?

왜 나를 믿지 못하나요?

It's only one and one it's true, still I see you in midnight blue.

그대가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의 진정한 사랑인데... 하지만 그대는 아직도....

I see beautiful days and I feel beautiful ways of loving you,

하지만 언젠가는 그대가 나에게 그러하듯 내가 그대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랑이 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늘 그대 곁에 머물러 있겠습니다.

Everything's in midnight blue.

모두가 깊이 잠든 이 한 밤중, 우울한 마음을 달래며 그대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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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우리의 테이프 이야기

2025.07.15

문득 생각했다.

카세트테이프엔
각자의 사연이 스며 있고,
누군가는 잊고,
누군가는 버리고,
누군가는 다시 주워 들고,
누군가는 기억을 재생한다.

세월이 흘러도
그 소리는 남아 있다.

잔뜩 흐린 하루,
카세트가 돌아가는 소리가
왠지 더 낭만적으로 들린다.



<J코멘트>

나는 이맘때가 아마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CD 플레이어가 나오면서 카세트테이프를 잘 듣지 않았던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추억이 있다.
애석하게도 남자친구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녹음은 아니었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 동성 친구가 있었다.

중학교 시절, 그 친구가 전학을 가게 되었을 때
나는 전하고 싶은 말을 테이프에 녹음해 보내줬다.
무슨 말을 녹음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전학간 그녀에 대한 그리움을 녹음했던것 같다.


우리는

학교가 끝나고 해가 질 때까지 그네를 타며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는 내가 말이 참 많았나 보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그때의 행복감만 남아 있을 뿐이다.

내 이야기를 하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리고 함께 웃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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