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결혼

아프게 걸어가는 길

by 꿈꾸는 momo

엄마, 나 로보트랑 결혼할래요.

결혼이 뭔데?

사랑이요.


사랑이 뭐냐고 차마 물어보진 못했다. 아이가 말하는 사랑은 아마 "좋아한다" 아니면 "특별히 많이 좋아한다" 정도가 아닐까. 싫증 나면 바꾸는 로보트처럼... 아마 그런 사랑이 결혼이라면 우리는 수십 번도 더 이별했을지 모른다.


서로에 대한 호감에서 비롯된 사랑이 서로의 부족한 면까지 감싸 안을 만큼 성숙하려면 얼마를 함께 살아야 할까. 아니, 얼마를 함께 노력해야 할까. 가깝기에 더 조심스럽고 가깝기에 더 살가운 관계. 한없이 모진 말로 서로에게 상처 주다가도 서로의 연약함을 꺼내 인정할 때는 이내 모든 날 선 감정들이 사라지는 이상한 관계.

언제나 사소한 걸로 시작한다. 그리고 언제나 똑같은 문제로 싸운다. 참아오다가 속상한 게 쌓이는 내 감정은 남편의 1도 싫어져서 트집을 잡게 되고 갑작스러운 공격에 자존심이 테러당한 남편은 불같이 화를 내는 식이다.

분명 내가 무척 억울해서 시작한 싸움이고 나에게 유리한 판이라 생각한 싸움이었는데 언제나 판의 기울기는 내 예상을 빗나간다. 생각지 못한 반격 때문이다. 그런데 잘 들어보면 그 말이 다 옳다는 게 문제다.

그러니까, 그게... 다 맞는 말이다. 결국 남편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잘못이라면 미리 내 마음을 알아채 주지 못한 것이고 앞서 내가 원하는 걸 챙겨주지 못한 것일 뿐이다.

나 오늘 저녁 먹고 들어가도 되나요?


오늘 저녁에도 안 들어온다고? 퇴근 후 맛있는 음식을 사 와서 같이 먹자던 나와의 약속은 까맣게 잊은 듯한 남편. 오늘도 약속이 생겼단다. 난 어제도 컵라면으로 한 끼를 때웠는데... 입원한 둘째 아이를 간호하며 꼬박 닷새째 병원에 갇혀 있던 나에게 남편의 이 한 마디는 원망과 미움의 불씨가 된다.

물론 병원 밥이 입에 안 맞긴 했지만 그래서 오랜만에 먹은 컵라면은 꿀맛이었는데 갑자기 억지로 먹은 눈물 젖은 컵라면으로 둔갑했고 이어 무심한 남편, 이기적인 남편, 사랑이 식은 남편으로 감정의 동심원이 확대된다. 이미 다 정해놓고 나에게 물어보는 남편에게 나는 또 아무 말 못 한다. 재빨리 대답하고 재빨리 종료 버튼을 누르는 나의 감정을 남편은 감히 읽지 못하는 것일까. 알면서도 불편한 감정을 외면하는 것일까.

우리는 불편해도 마주해야 하는 사이이기에 결국 또 대화의 자리에 앉았다. 서로의 잘잘못을 따진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님에도 설왕설래 짜증과 한숨이 오간다. 그러다 어느 지점에 도달하여 우리는 허심탄회 각자의 마음을 쏟아놓으며 서로를 토닥이고 자신의 연약함을 내려놓는 거다.

결국은 세 아이를 키우며 자신을, 또한 배우자를 돌아볼 겨를이 없는 상황에서 조금만이라도 함께 할 시간을 내어보자 다짐하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기까지 어쩔 수 없이 견뎌내야 하는 시간임을 안다.

우리는 어쩌면 한 길을 가지만 부딪히고 엉켜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며 끌어안고 올라가는 덩굴들처럼 한 방향으로 가는 중이다. 나와는 달라 불편할 수밖에 없는 서로의 단면들을 신랄하게 봐가며, 아프도록 안아가며 더 굳게 상대를 의지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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