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욕망과의 싸움
아이를 데리고 미술관을 향했다. 알록달록한 색깔들을 보며 기분 좋게 관람을 하고 나오는데 출구에서 작가의 디자인으로 만든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쁘기는 했지만 손 안에 들어오는 작은 소품들의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작품 수준이지 장난감은 아니었다. 아이의 눈에는 그런 게 구분될 리 없었다. 갖고 싶은 마음에 탐색에 나선 아이가 잡은 소품은 유리로 된 데다 3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었다. 동생들도 있는데 깨지기 쉬운 것을 이 가격에 산다는 건 안 될 일이었다. 아이를 달래 밖으로 나왔지만 결국은 울며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이의 투정에 다른 계획을 접고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기분 좋게 나온 외출이 엉망이 된 것에 대해 속상하다고 마음을 전하니 아이가 울먹이며 이야기한다.
엄마, 미안해요. 하지만 나는 뭐가 계속 사고 싶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자세를 낮추고 고분 해진 아이의 말과 속마음을 들으니 짠한 마음이 들어 문구점에서 만들기 할 재료들을 사고 가자며 흐린 마음을 풀었다.
어찌 아이 마음만 그럴까. 새로운 것을 갖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에게 있다. 이것만 구입하고 나면 끝이다 싶지만 새것은 쉽게 헌것이 된다. 합리적인 소비라 생각한 기준은 때론 매우 비합리적인, 스스로 합리화 해버린 기준들일 때가 많다.
원하는 것들을 얻었을 때의 즐거움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수십, 수백 번의 경험으로 깨닫지만 쉽게 제어되는 일은 아니다.
애써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욕망의 발로.
똑같은 걸 주어도 남의 것이 좋아 보이는 마음, 남보다 더 많이 가지고 싶은 마음, 가지고 가져도 새로운 것을 얻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사실을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도 확인한다.
그 욕망은 높은 경제력과 권력을 쥔 순간 더 쉽게 충족된다. 그런 기득권을 누리는 것을 '성공'이라 말한다. 그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마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에서 나오는 애벌레 기둥을 연상케 한다. 오로지 높은 곳을 향해 다른 애벌레를 짓밟고 서는 단 한 가지의 목표는 어떤 '의미'나 '가치'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움직이게 만든다.
불행히도 우리 사회는 출발점 자체가 달라 꼭대기에 설 수 있는 기회조차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억눌린 심정들은 가진 자에게 높은 도덕성과 자비를 요구하며 올지도 모르는 기회를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증오와 선망, 희망과 낙심, 기대와 포기 사이를 오가며...
과연 그 거대한 싸움에서 한 발 멀찍이 나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를, 기둥에서 빠져나와 나비가 된 애벌레 이야기로 언젠가 아이와 대화하고 싶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욕망의 어떤 지점과 마주해가는 치열한 길, 어쩌면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여전한 싸움을 해가고 있는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