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마어마한 일 맞습니다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ㅡ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이 시를 참 좋아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듣고, 환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어떤 '일'보다 어떤 '사람'을 먼저 보는 사람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오는 사람을 '맞는' 입장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에게 '가는' 입장이 될 때는 마음이 좀 달라진다. 환대를 기대하기보단 시간을 견뎌야 할 때가 많다.
사람이 한 번이라도 얼굴을 맞대고, 마음을 나눈 관계에서는 딱딱한 평가가 쉽지 않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관계에서는 한 존재가 아닌 정보로 평가되어 부정적인 말이 더 빨리 번진다. 얼굴을 보기 전부터 이미 환대받지 못할 때가 많다. 오해라고 할 만한 판단들이 자꾸 쌓이다 보면 얼굴을 마주할 때에야 진심으로 환대하는 일이 어디 쉽겠는가. 그것이 오해인지 아닌지는 차후의 문제라 할지라도...
사람을 겪고, 알고, 친해져야 그 사람 편에 서게 된다. 세 아들을 키우며 베이비시터를 쓴다는 말에 남편의 지인들은 나를 '팔자 좋은 사모님'쯤으로 부러워하거나 그렇게 지원하는 남편에게 후한 점수를 매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나의 지인들은 '네 몸을 위해 당연하거나 잘한 일'쯤으로 여기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한 다리만 건너도 얼굴을 보지 못한 사람에 대한 환대는 어렵다. 그 사람의 과거를, 현재를, 올 미래를, 그리고 그 부서진, 또는 부서졌을 마음을 헤아리는 일 말이다. 그럴 시간을 주지 않는지도 모른다.
한 다리만 건너도 이런 평가를 받는데 생면부지의 관계에서는 오죽할까. 오랜 공백 끝에 걸음 한 학교라는 공간에서 나는 또 한 번 환대받지 못하는 방문객으로 서야 했다. 아마도 수년 동안 이름만 올려져 있는 나를 간간히 몇 줄 정보로 평가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들이 셋이라는 정보와 몸이 아팠다는 정도의 정보일까. 어찌 되었건 새로운 사람을 받는 학교의 입장에서야 '큰 일'은 못 줄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았을 것이고...
그런 줄 알고 있으면서도 방문객으로 '가는' 내 마음은 그 공간에 익숙하고 당당한 이들의 시선과 어떤 말들 앞에서 당혹스럽고 불편했다.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보게 된다. 잠깐 있을 일이라 여기고 불편한 마음을 제쳐두지만 그런 마음은 상대의 말을 다른 '뉘앙스'로 오해하게도 한다.
이렇게, 모르는 얼굴을 마주하고 시간을 같이 한다는 것은,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피곤한 일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 시간을 견뎌 방문객이라는 낯선 첫걸음의 순간이 익숙해졌을 때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느새 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편 내가 준비한 공간에 들어올 우리 28명의 꼬맹이들에게만은 환대할 준비가 되었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본다. 어떤 정보도 아이들의 존재를 그대로 감싸 안지 못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