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풍경에 서서

자기 할 일

by 꿈꾸는 momo

사회적 거리두기를 애써 지키지 않아도 인구수가 적은 시골은 언제나 띄엄 띄엄이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시끄러우니 잠시 햇빛을 쪼이러 나온 어르신들은 모두 마스크를 하고 계신다. 할 일 많은 시기라 밭마다 쪼그리고 앉아 일하시는 어르신들 어깨에는 한결같이 수건이 걸려있다. 챙모자에 가려져 그 얼굴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아마 이마는 땀으로 흠뻑 젖었을 거다.


언제 그랬는지 매화꽃은 벌써 지고 잡초들은 앙칼지게 솟아올라 퍼질 기세가 등등해 있다. 새 꽃을 피운 하얀 민들레, 노란 민들레, 유채와 냉이꽃은 봄을 실감하게 한다. 봄내음이라 하면 좋은 냄새만 나는 줄 알지만 여긴 곳곳에 뿌려둔 거름냄새가 진동을 한다. 저 멀리서 딱따구리가 둥지를 만드는지, 먹을 걸 찾는지 나무를 쪼는 소리가 울리고 부지런히 꽃을 찾는 벌들의 비행이 보인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의 낙하와 배추흰나비의 날갯짓은 분간이 어렵다.


오랜만에 첫째의 손을 잡고 외할머니와 함께 오른 꽁치재. 결혼 전에 수백 번도 더 다녔던 낮은 산이다. 따가운 햇살에 할머니 모자를 빌려 쓴 우리 둘이는 십 분도 못가 날씨가 덥다 했고 아이는 결국 모자를 벗어버린다. 계절은 거짓 없이 우리 앞에 다시 돌아오건만 우리는 오늘도 정(定)함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현기증이 날 것 같은 햇살의 세기와 온도를 온몸으로 느끼며 나는 생각이 복잡한 채 산을 올랐다.


짜인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던 모든 것들이 반복해서 수정되고 새로운 프레임을 모색하는 교육현장은 그야말로 안갯속 같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발표가 나고 교사는 교사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난감하다. 넘치는 업무 전달과 비대면 소통에 피로감이 누적되던 중 새로운 대안은 교사들의 능력과 열정에 무한책임을 떠넘긴 느낌마저 든다. 그 무엇보다 일의 과정과 중심에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심히 곤란하다. 무엇보다 학습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걱정된다.


아이고 이것 봐라. 천지가 쑥이다. 장갑이라도 끼고 왔으면 뜯으면 되는데 아까워라. 너무 욕심이 난다.


재를 오르는 길 내내 할머니는 길가에 가득한 쑥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몇 번이고 이 말을 뱉어낸다. 함께 걷는 아이 눈에는 멋진 무기가 될 나뭇가지가 보이고 이내 손에서 놀아난다. 내 눈에는 만들기 재료로 쓰일 종자 솔방울들이 계속 들어오는데...


코로나와 무관해 보이는 봄의 풍경들 틈에서 우리는 각자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재에 올라 한숨을 내쉬어 본다. 어쩌면 우리는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겪어내며 각자의 방식과 생각대로 자신의 할 것을 찾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속에서 고통할 소수의 약자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할머니는 기어이 쑥을 뜯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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