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위태로운 생명을 품은 마음은 어제와 달랐지만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간절히 바라던 일의 그 '처음'이 또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듯 흘러가버릴까 봐, 없던 일이 될까 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생명을 향해 온 마음이 뜨거웠다.
"임신은 맞는데 피도 고여있고, 장담할 수가 없네요. 이 아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임신 테스트기에서 두 줄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워 마음이 둥둥 떠다녔는데 퇴근 후 찾아간 산부인과에서는 예상외의 대답을 들었다. 아직은 분명하지 않으니 일주일 더 있다가 오라고 했다. 분명하지도 않은 일을 두고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었지만 9년 만에 처음으로 내게 찾아온 생명에게 그저 덤덤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일주일만 조심하고 쉬어보자 싶어 상사에게 전화를 했다. 그만 울컥 울음이 터졌다. 아무 생각 말고 무조건 쉬라는 말에 정말로 그 날부터 난 침대와 한 몸이 되었다. 움직이기라도 하면 생명이 흘러내릴 것 같아서 화장실 갈 때 말고는 꼼짝도 않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슬한 봄이라 느꼈다. 그러다 하릴없이 휴대폰을 켠 순간 속보라고 뜬 뉴스에 눈을 크게 떴다. 세월호라는 배가 기울어지고 있다는 뉴스... 수면 위에서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듯한 세월호 주위로 헬기가 보이는 듯했다. 당연히 구조되겠지. 큰 걱정 없이 지켜보았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구조의 움직임은 여유롭고 태평해 보였다. 배가 점점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결국 눈 앞에서 사라졌다. 뛰어가서 잡고 싶고 화면에서라도 끌어올리고 싶은, 너무나 잔인한 순간이었다.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위태한 생명의 씨앗조차 어찌해보겠다고 누웠는 여자로서, 엄마로서 아이들이 가여워서, 그리고 그들의 엄마가 가여워 쉬지 않고 눈물이 났다. 한 생명이 이렇게도 절박하여 내 몸을 사리고 있는데 같은 시간 차가운 바다로 침몰된 생명들이 계속 꾸물꾸물 거리며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4월 16일. 그 날을 잊지 못한다. 꽃다운 아이들의 절규가 들리는 듯하여 그들에게 이어져 있는 남은 가슴들이 아직도 울고 있는 듯하여... 노래하며 팔랑팔랑 움직이는 내 아이의 웃음이 왠지 모르게 팔랑거리는 노란 리본을 떠올리게 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