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다시 학교

학교, 거기서 나는

감당하기 힘든 속도

by 꿈꾸는 momo

나무 위에 사는

나무늘보가 열심히 나뭇가지를 타면

한 시간에 겨우 구백 미터를 간다.


달팽이는

한 시간에 일 미터도 못 간다.


아무리 경쟁을 붙여도 소용없다.

자기 속도를 넘길 때는

높은 데서 갑자기

툭.

떨어질 때뿐이다.


남호섭/ 아무리



A반과 B반으로 돌아가며 이전과 전혀 다르게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단순히 번호순으로 나눴을 뿐인데 A반은 안정적이고 학습태도나 성취가 높은 반면 B반은 요란한 색깔들이 섞이지도 못하고 여기저기서 튄다. 학습태도는 물론이거니와 성취 수준이 낮은 편이다. 어떻게 이렇게 다른 분위기가 될 수 있는 걸까. 같은 내용을 두 번씩 수업하다가 그것마저 내려놓는다. B반은 놀이식의 방법을 섞어가며 흥미를 유도하고 아이들의 집중도가 제일 높았던 스토리텔링의 방법으로 수업을 끌고 간다. A반은 내용에 좀 더 깊게 집중할 수 있게 난이도를 높인다. 아이들이 나를 만나는 시간은 고작 일주일에 두 번뿐이지만 나는 통일되지 않은 방법으로 통일되지 않은 태도들을 다루며 금요일쯤 녹초가 되어 있다.


누가 알아주길 바란 것은 아니지만, 매일의 학습이 끝난 후 학급 방에 올리는 오늘의 학습내용을 보며, 그 속에 묻어나는 교사의 생각을 읽을 법도한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또 풀썩 마음이 쳐진다.


진단평가 후 아이의 성적이 궁금해서 전화를 건 학부모는 아이의 학습 인지도가 그리 완벽해 보이지 않는 것을 염려하며, 학원을 꾸준히 보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나한테 질문을 한다. 요즘 학교는 인성을 배우는 곳이고 학원에서 지식을 배우는 거잖아요 하며... 얼마 전 "학교는 이미 교육의 공간이 아니라 보육 아니냐!"라고 비웃던 누군가의 말이 어렵게 여운으로 남아 있었는데 보기 좋게 두 번 강타당했다.



나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걸까.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고 있는 걸까.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속도를 내며 경쟁에 몰리는 아이들을 속도 밖으로 나오게 하고 싶은 나는, 나 스스로도 자주 넘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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