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에 가리워진 것들
등교 개학 이틀 만에 양념에 푹 절어 익어버린 김치처럼 생기를 잃고 입이 진 채로 퇴근을 했다.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확실히, 만나지 않는 것보다 좋았지만 마스크를 쓰고 하루 종일 생활한다는 것은, 더구나 그것을 낀 채 말을 한다는 것은 예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고작 첫 시간 수업을 끝낸 후 나는 하얗게 질려 마스크를 벗어버렸다. 마스크 안에서 맴도는 뜨뜻한 공기에 땀인지 습기인지 모를 액체를 얼굴에 도포한 채로 숨을 몰아쉬었다. 서관이라 오전 내 햇볕이 교실을 달궜고 열다섯 명의 체온이 엉겨서 더운 기운이 가득했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틀기엔 이른 계절과 시간이란 생각에, 창을 열고 트는 에어컨 버튼에는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천천히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호흡해보지만 부딪히는 눈빛만으로 아이들을 읽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표정이 가리워진 나도, 아이들도 어색하거나 갑갑한 상태로 서로를 헤아려야 했다. 말소리가 작은 아이들은 그마저도 마스크 안에서 소리의 진동이 끝나버리곤 했다. 숨쉬기도 힘든 아이들에게 재차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도, 마스크가 코밑까지 흘러내린 녀석들을 지적하는 것도 미안해서 들은 척, 못 본 척 넘어가기도 했다.
격일로 등교하는 아이들 책상 주변으로 빈 아이들의 자리가 방어막처럼 가로막고 있다. 원래 학급의 딱 절반이 전원 출석했음에도 채워진 자리보단 비어있는 자리가 시선과 마음을 산란하게 했다. 함께 할 수 없는 구조는, 함께 있어도 모자라고 부족한 느낌을 주었다. 거리두기 위한 이 구조와 마스크만으로도 충분히, 교사와 학생은 밀당이 필요 없는 거리를 갖게 했다. 아니 그 거리가 꽤 멀어서 어떤 식으로 당겨와야 할지 모르겠다. 마스크를 한 번도 빼지 않고 순한 양처럼 앉아 나를 쳐다보는 까만 눈망울들에게는, 한편 마스크의 갑갑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흐트러진 눈동자와 태도로 시선을 회피하는 녀석들에게는... 그런 생각들 마저도 해야 할 학습 분량과 계획에 쫓겨 마스크 안으로 감춘 채 하루를 보낸다. 아까 밖에서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본 아이들의 얼굴은 분명 환하고 예쁘다 생각했는데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들의 진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