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긴 시간이 담긴 이야기

by 꿈꾸는 momo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역사는 흘린다!"

"아니, 흐른다가 맞아."

"엄마, 역사가 뭐예요? 흐른다는 뭐예요?"


역사를 history라고 하는 걸 보면 his story, 그들의 길고 긴 이야기, 흘러왔고 흘러갈 이야기가 분명하다. 누군가는 남기고 싶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남긴 것을 보며 추측할 것이다. 억겁의 시간도 한 줄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지만 그 기록 뒤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감정들이 녹아있다. 누가 기록했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도 다르게 기술되겠지. 남기고 싶은 순간을 기록했을 테니까. 그것이 어떤 의도를 포함하고 있든 아니든 간에. 기록된 사실을 좀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면 학창 시절의 역사시간이 그리 지루하진 않았을 텐데 지금에서야 역사가 재미있다는 게 아쉽다.


아이와의 시간을 담아놓고 싶어 매일매일 사진 한 장과 함께 글을 남겼다. 찰나의 감정과 상황들을 언어라는 그릇에 다 담아놓지는 못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는 아는 것이다. 지금 들춰보면 밋밋한 일상이고 사건인, 한 줄 문장이 주는 울림을.

처음으로 이유식을 먹는 날, 기꺼이 몇 숟가락을 받아먹는다.

유기농 쌀가루를 곱게 체에 내려 일정한 비율의 물과 섞어 끓이는 첫 미음. 혹여나 눌어붙을까 불 옆에 서 몇십 번이고 저어가며 자고 있는 아이가 깰까 노심초사하던 그 마음. 내가 만든 첫 음식을 받아먹던 아이의 그 표정과 입을, 그때의 기쁨을 기억한다.

예방접종을 하고 왔는데 밤에 열이 39도까지나 올랐다.

아이의 뜨거운 머리와 몸을 만져보고 자는 아이를 깨워 먹였던 해열제. 울며 보채는 아이를 안고 거실을 몇 바퀴고 돌며 재우고도 걱정이 되어 잠 못 이루던 밤, 여전히 나의 손에는 체온계가 쥐어져 있었지.

처음으로 나에게 '엄마'하며 팔을 벌렸다.

한 존재가 나에게 오롯이 의존하고 있다는 기쁨과 책임감이 느껴지던 순간. 정말 내가 엄마구나라는 생각에 뭉클해졌다. 내가 특별해서가 아닌데 나만을 향해 팔 벌려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어쩐지 으쓱한 느낌이 들 정도다.


역사를 바라볼 때, 그랬으면 좋겠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한 문장, 한 문장에 새겨진 어떤 이들의 삶과 죽음을 쉽게 넘겨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혹여나 권력이 역사를 장악하려 진실을 왜곡할 때라도, 기록된 어떤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같이 마음 아파하며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꽃 피는 봄이면, 짧은 우리 현대사에서 꽃처럼 져버린 어떤 이들의 이야기로 인해 같이 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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