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마음이 시가 된단다
시를 맛보았다면 이젠 시를 한 번 써볼까? 아이들은 글쓰기를 어려워했다. 받침이 있는 글자가 틀릴까 봐 겁내서 쓰자 하면 싫다고 울상이 되는 아이도 있었다.
무조건 써보자~! 그냥 5분 동안만, 아무 글이라도 무조건 쓰는 거야. 그런데 5분 전에 끝내도 안 되고 5분 후에 더 써도 안 돼.
5분이라는 시간에 마음이 놓이는지 대부분 연필을 든다. 글쓰기 지도에 탁월하신 권일한 선생님의 책 "행복한 글쓰기(우리 교육)"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물론, 타이머가 시작되어도 연필이 움직이지 않고 빈 종이를 보고 있는 아이도 있었지만 5분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아이들은 진지했다.
5분 글쓰기 훈련이 반복된 어느 날, 아이들은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주제에 맞게 말이다. 글씨도 삐뚤빼뚤, 늘 못 하겠다고 징징대는 우리 반 시아(가명)의 첫 시를 공개한다. 7살 차이 나는 동생을 끔찍이 사랑하며, 가끔은 2학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작고, 여린 시아는 별명이 울보다. 완성한 시를 보고 칭찬을 잔뜩 했다. 틀린 글씨도 고치고 행과 연을 정리해 주었다. 작품을 다시 한번 멋지게 꾸며보자 했더니 하나도 안 고치고 자기가 쓴 그대로 다시 옮겨 써 왔다. 그러고도 으쓱한다. 시를 잘 썼다고 칭찬받은 첫 경험이 너무 기뻤나 보다. 귀엽다.
내 동생
내 동생은 너무 귀엽다
잘 때 너무 귀엽다
왜 귀엽지? 맨날 내 것 뺏어가는데
난 괜찮다
동생이 몰라서 그런 거 아니까
한 아이는 자기의 시를 담을 책을 멋지게 디자인했다. 아이들의 숨겨둔 재능이 발견된다. 꼬마 작가들이나 다름없다.
혼자 있는 날
오빠 핸드폰 바꾸러
엄마랑 오빠가 나갔다
아싸!
게임도 하고
핸드폰도 하고
TV도 보고
자유! 자유! 자유!
이맘때 아이들은 엄마가 없이 혼자 남겨지면 불안해하거나 힘들어하는데, 자유를 외치다니! 보기에는 여리고 겁 많아 보였던 여학생의 반전에 까륵 넘어갔다. 게다가 도화지의 큰 공간에 많은 여백을 남기고 "혼자"를 강조한 듯한 그림은 매우 인상적이다. 아이들은 내가 "가르쳐서"라기보다, "기회를 주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다.
아이들의 시를 나만 보면 아깝다. 시를 옮겨 담아 작은 전시회도 연다. 서로의 시에 귀를 기울이며, 서로를 조금씩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