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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즐겨보자 3

아이들의 시, 아이들의 마음

by 꿈꾸는 momo

아이들의 시를 읽으면 아이들의 마음이 보인다.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마음들을 읽으며 아하! 그랬구나 하기도 하고, 코끝이 찡 하기도 한다.


모르겠다.(정우)


생각이 안 난다.

난 이상하다. 생각을 왜 못하는 거지?

시를 못 쓰겠다.

난 바보인 것 같다.


처음, 시를 쓰라고 했을 때 개구쟁이 정우는 이렇게 썼다. 그래, 그렇게 솔직한 마음을 글로 풀어놓는 게 시라고 했다. 그랬더니 다음 시는 자책하지 않고 쓴다.


동생이랑 끝말잇기(현아)


“나부터, 기차.”

“에베베베베”

“무슨 말이지?”

“성효야, 다시 한번 말해봐.”

“에베베베베”

동생이랑 끝말잇기는 정말 힘들다.


놀아주기(여운)


사촌 동생이 놀러 왔다.

나는 동생과 놀아주는데 언니는 폰만 봤다.

나두 좀 쉬고 싶다.


동생을 둔 아이들은 동생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한다. 주로 내 물건을 뺏어갈 때 미워진다고 한다. 놀아주는 게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 나름대로 동생을 챙기는 모습이 보인다. 사랑스럽다.


한 조각(현준)


엄마 아빠랑 도넛을 먹었다.

나는 한 조각밖에 못 먹었다.

나빴다.

도너츠를 먹고 싶다.

더 먹고 싶다.


아이들의 말과 마음을 존중하지 않은 채, 우리의 기준에서 아이의 것을 정해줄 때가 있다. 아이들 입장에선 매우 억울한 일이다. 어른들은 자기 마음대로 하는데 말이다. 아이는 근데 왜 더 먹고 싶다 말을 못했을까. 엄마 아빠가 너무 맛있게 먹었을까.


햄버거(민서)


엄마와 아빠는 새벽에 부산 병원에 가셨다.

형과 나는 스스로 일어나고 점심도 둘이서만 먹었다.

엄마 아빠가 안 계셔서 햄버거가 맛이 없었다.


민서 어머니는 유방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시다. 뼈 전이까지 되어 수술이 불가해 항암치료를 시작하신 민서 어머니가 늘 마음 쓰인다. 엄마가 아픈 걸 아는지 모르는지, 늘 해맑고 장난기 많은 민서. 아직 어리다 생각했는데, 민서가 적은 글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아이들의 마음에 한 걸음 더 다가가면, 아이를 다시 본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래서 때론 어려운 말이 될지 몰라도 내 마음을 담아 아이들에게 설명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눈빛이 답을 할 때가 있다.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는 서로의 마음을 전달할 때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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