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읽는 것만이 아니라 보는 것이다
그림책 출판사만 20여 개가 넘는다고 했다. 그림책 시장이 이렇게 커질 줄은, 20년 전만 해도 몰랐다. 그때만 해도 좋은 글에 삽화 정도의 그림만 들어가는 수준이었다. Eric Carle의 그림책들을 원서로 봤을 때의 충격이 생각난다. 우리나라도 이런 그림책이 있으면 좋. 겠. 다. 그렇게 그림책 분야를 서성거리며 탐색을 하기 시작했을 때는, 사실 어떤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인지도 잘 몰랐다. 좋은 그림책이라는 추천과 홍보에 구입해 보면 뜨뜻미지근할 때도 있었고, 내가 소화 못하는 난해함들도 있었다. 좋은 그림책을 찾기 위해 추천도서목록을 뒤지는가 하면, 권위 있는 그림책 상을 탔는지 여부로 그림책을 선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워낙에 좋은 그림책들이 많이 출판되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내가 보고 좋으면 좋은 거다.
2학년 꼬맹이들에게 책에 대한 접촉 기회를 높여주려고 틈날 때마다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아침활동 시간이나 자투리 시간, 또는 수업에 관련된 주제에 맞게. 그렇다면 그림책의 교육적 효과는 무엇일까. 네 가지 측면으로 정리해 본다.
첫째, 좋은 그림책이 가지고 있는 시각적인 요소는 그 자체로 내러티브를 형성하며 예술적 감수성을 증진시킨다. 책의 표지, 날개, 속지, 경계면까지 표현의 도구로 활용한 좋은 그림책들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의 예술적 감각을 높이는 기회가 된다.
둘째, 그림책은 내러티브가 가진 재미뿐 아니라 책 읽어주기 활동을 통해 ‘듣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읽기’에 대한 적극성뿐 아니라 읽은 내용으로 ‘말하기’, ‘쓰기’ 활동에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 즉, 문자해득뿐 아니라 이야기의 맥락을 짚어내는 능력이 향상되어 전체적으로 언어적 감각을 기를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라 할 수 있다.
셋째, 상호 소통과 존중의 부족으로 교육현장이 어려운 현실이다. 이는 시대적, 사회적인 여러 요인으로 인해 사회적인 관계의 훈련이나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림책 읽어주기를 통해 교사와 학생이 눈을 맞추고 대화하며 마음을 나누는 일은 사회적 관계를 바르게 형성하는데 기회를 제공한다.
넷째, 그림책을 ‘읽어주기’ 만으로 끝나지 않고 수업에 통합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학습 경험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교과서에 초월한 그림책 자료가 학습 동기부여 및 학습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이 네 가지 측면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한 수업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