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일에
'난 좀 더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라고 적었다가 다시 지웠다. 난 좀 더 이기적이기로 했다. '이기적'이라는 말은 부정적 느낌이 강한 단어지만, 그게 오히려 현실적인 말 같다. 돌아가신 친할머니께서 평소 당신을 먼저 아끼시는 모습을 보고 애 같다고 했던가. “건강하려면 이기적이어야 한다.”며 당신의 삶을 살짝 폄하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흔넷의 연세로 돌아가시기까지 어느 자식에게도 짐 된 일 없이 홀연히 떠나셨으니, 오히려 이타적 삶이 아니었나 싶은 것이다. 아이러니한 삶. 희생과 수고로 일관해오다가 한순간 몸이 무너지게 되면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이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마는 인생들을 본다. 참 마음 아픈 일이다.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오늘은 좀 괜찮나 하고 묵혀놓았던 집안일을 손댔다 싶으면 그다음 날이 피곤하다. 내 맘대로 안 되는 건강상태와 컨디션에 속상하지만 이제는 어디가 안 좋다는 말도 조심스럽다. 그 말을 듣는 가족들의 마음이 어려워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육아시간을 꼬박꼬박 쓰고 한의원에서 쑥뜸을 뜨고 치료를 받든가,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아 몸을 데우든가, 아니면 온수매트를 뜨끈하게 켜놓고 누워야 한다. 깨진 액정처럼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목숨인 것 같아서 속이 상한다. 누군가에게 짐이 될까 봐 그게 싫다.
챙김 받는 것보다 챙기는 게 익숙한 내 성격에 동학년 간식거리도, 수업자료도, 학년 업무도 나서서 챙기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이 문제로 학부모와 자주 통화하고, 안 되는 아이도 어쨌든 끌고 가보려 애쓰던 마음도 좀 내려놓는다.
그래도 참 신기하다. 다음 날이면 일어나지고 교실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는 에너지는 채워진다. 아직은 누워서 못 일어날 정도로 아파서 출근 못한 날이 없었으니 감사한 일이다. 벌써 12월이니 그래도 올해 잘 버텨오고 있는 것이다. 이만하면 잘하고 있다.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자. 혹 내가 손 놓아 버린 일이나 사람에게는 또 다른 누군가가 애써 줄 거야. 모든 것을 다 잘하려다가 모든 것들 다 잃을 땐, 나로 인해 모든 사람이 힘들어질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