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인사
엄마 늙으지 마요.
언젠가 아기에서 형아로, 형아에서 어른으로, 어른에서 할아버지가 되며 늙는다는 소리를 듣고 기억하나 보다. 아이들 곁을 피해 잠시 누워있으면 꼭 한 번씩 엄마를 찾는다. 엄마 아프다. 쉬게 그냥 둬. 하는 아빠의 목소리에 아이들은 다시 저네들의 놀이에 집중하는 것 같다. 누워있는 엄마 모습을 자주 봐서인지 아이들은 자기 전에 가끔 내게 안겨 이렇게 속삭이는 거다. 내 생각보다 더 일찍 철이 들어가는 것 같은 아이들을 보면서, 다시 기운을 차리려 애써본다. 커피 대신 홍삼액을, 달콤한 것보다 쓴 것들을 억지로 입으로 가져간다. 하원 버스에서 내려 잠이 오면 업어 달라고 아우성을 치면서도, 업혀서는 엄마 힘내라 엄마 힘내라! 외치는 녀석들의 애정에 담뿍 마음이 젖을 때가 있다.
어린 시절, 마냥 나를 위해서 존재할 것만 같은 사람이 있는 줄 알았다. 친구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불치의 병이 걸리면, 모든 사람이 나의 병 고침을 위해 매달려주면 될 거라는 착각을 했었다. 병에 걸렸으면서도 제대로 관리하고 쉬지 못하는 주변의 어떤 이들을 보며 답답해하며 말이다.
그래, 그런 건 없다. 온전히 나를 위해 존재하는 누군가는 있을 수 없다. 그걸 나이 들며 깨닫는다. 나의 엄마도 아빠도, 남편조차 철저히 타인일 수밖에 없다는 걸. 그냥 모두 자신만의 아픔을 묵직하게 짊어진 채 그것과 싸우면서 사는 거다. 그것이 무거운 날에는 내 상황을 이야기하며 도움을 청하는 법을 배운다. 누가 먼저 알아차려 주기를 바라지는 말기. 내 부탁을 거절해도 섭섭해하지도 말기. 부탁할 순간이 오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잘 챙기기. 살아가는 법을 차근차근 다시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아직 늙는다는 게 뭔지, 가늠도 하지 못한 몇십 년의 생을 아이들이 묻는다. 뭣도 모른 채 하루하루가 기쁜 우리 아이들... 이 아이들을 좀 더 지켜보고 사랑해주는 일에는 하루라도 오래 머무르고 싶어서 또 힘을 낸다. 오늘 하루도 안녕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