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탕

반전의 식사를 위해

by 꿈꾸는 momo

새벽녘까지 괴롭히던 두통이 말끔히 사라졌다. 두통과 흉통이 악몽으로 이어지더니 아침에는 똑바로 앉았다. 비록 몸은 묵직했지만.


아무것도 먹기 싫어 겨우 흰 죽만 세끼를 꾸역꾸역 넘기다가 막혔던 물길이 뚫리듯 입맛이 돈다.


꽃게탕. 꽃게탕이 묵고 싶은데.


퇴근 후 급히 장을 보고 꽃게를 손질한다. 흐르는 물에 솔로 씻어낸 꽃게를 다시물에 퐁당! 슴벙슴벙 무를 썰어 넣고 된장을 두 숟갈 퍼서 넣는다. 버섯, 호박, 두부... 몇 안 되는 야채를 다진 마늘과 함께 썰어 넣을 때 도마 위에서 젖은 손이 오가는 게, 리듬 있는 칼질에, 재료가 끓는 소리에 나는 반전의 기쁨을 누린다.


식은 죽과 배달음식이 차려지던 부엌에 음식이 익는 소리가 들리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조적인가!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노란 조명 아래의 음식은 얼마나 생동감이 있는가!


살아도 죽은 듯 살 수도 있으나 나는 단지 하루라도 살은 듯 살고 싶다. 꽃게탕을 후루룩 넘긴다. 이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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