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멀 타입 이브이, 최강의 포켓몬 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들이 늘어갈 때마다
내게는 필요 없지만 녀석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은 늘어간다.
집안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는 장난감들은
불쑥불쑥 튀어나와 집을 어지럽히고
싹 다 버리면 좋겠다는 남편의 손에는
옛날 사진이 담긴 앨범들이 들려있다.
캐릭터에 색칠을 해달라는 아이의 아우성을 귀에 매달고 저녁을 준비하는 나.
그런 나와 상관없이 앨범을 정리하며 키득거리는 남편.
오글거려 못 읽겠다며 결혼 전의 쪽지를 꺼내 준다.
사랑한다는 말로도 다 사랑할 수 없었던 그때의 언어는 어디로 날아갔을까.
더 이상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 날이 이렇게 올 줄은 몰랐다.
차려진 밥상 앞에서 어제 산 고기찜이 짜다고 말하는 남편과 캐릭터에 색칠이 덜 끝났다고 우는 아이.
입 속에 들어가는 음식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몸을 씻은 아이들은 하나 둘 잠이 든다.
고요한 여름밤에는 쓰레기를 정리하느라 분주한 남편과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가 있다.
베란다에는 아이가 심어온 토마토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쑥쑥 자라 있다.
가지치기도, 수분도 못해줘서 흐르는 시간만큼 키만 자라는 토마토.
더위에 축 쳐진 토마토 화분에 물이라도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