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질 소! 사라질 멸! 소멸!"
마그마가 솟아오르듯 아이의 입에서 '소멸'이라는 단어가 분출된다. 한자를 조금 안다 싶을 때 장풍을 쏘아가며 외치는 꼬마들의 우렁찬 소리를 들어본 적 있을 거다. 소멸... 없어진다니...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 존재적 허무함이 밀려오며 단어가 곱씹어졌다. "우와, 그냥 사라지고 없다니 너무 쓸쓸한 말이다." 반사적으로 나온 내 말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들렸을까.
"왜? 엄마도 사라져?"
"죽으면 사라지는 거야?"
"엄마가 죽어도 잊지 않을게. 생각 주머니에 넣어놓고 심장에도 넣어놓을 거야. 죽는 것은 무서운 게 아니야. 자연스러운 거야."
죽음에 대해 언제 이렇게 정리가 되어 있었는지 놀랍다. 아이들의 말이 심장을 쾅쾅 친다. 내가 사라지는 게 무서운 게 아니야. 이 순간, 너희들의 재자대는 말과 소리와 움푹 파인 보조개와 내게 닿는 살결, 이 시간들마저 사라질까 봐 갑자기 쓸쓸했던 거지. 생각을 떨쳐버리려 옆에 있는 아이에게 간지럼을 태우며 더 크게 웃는다. 오늘도 웃을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