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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시 학교

방학

야호 방학이다

by 꿈꾸는 momo

2시간 30분이 지났는데도 소화가 안 된다. 감기 가운을 물리치려고 먹은 짬뽕 한 그릇, 아니 반 그릇이 위에서 다시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듯하다. 통통한 밀가루 면이 불어 오르는 상상을 한다. 먹기 전 비주얼처럼 단정하지 않을진대, 사람의 입으로 들어간 것은 나올 때 모두 처참해진다. 어디 사람의 입만 그럴까. 사람을 거치는 모든 것은 퇴색되고 변질되는 것 같다.


두통에 무기력함이 밀려와 소화제를 두 알 먹었다. 코가 찡찡해지며 오한이 더해져 감기약도 삼킨다. 방학과 동시에 온몸에 감기기운이 달라붙는 건 임계점에 다다른 몸의 신호인지, 도무지 유쾌한 쉼을 허락할 수 없는 누군가의 주술인지 알바 없다. 어쨌든 나는 오랜만에 감기몸살이 주는 나른함에 취해 하루를 몽롱하게 지내야 했다. 그래도 방학이다. 방학이라 다행이다. 방학은 교사에게 구명조끼와도 같은 것이며, 심폐소생술과 다름없다. 그래서 무조건 잘 쉴 것이다. 제발 시샘 좀 마시라. 어쨌든 교사가 살아야 아이들도 살 것이 아니냐. 코로나로 내내 아팠던 지난여름방학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이번에는 좀 제대로 안락安樂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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