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하다는 확신
해가 비치는 날의 겨울바람은 상쾌하다. 해가 반가워 걷지 않을 수가 없다. 찬 바람은 구름을 몰아내고 마른 나뭇가지를 짓궂게 흔들어댔다. 하늘이 청명하여 내 육체도 정화되는 것 같다. 추위가 한풀 꺾인 것 같다. 봄을 기다리는 만물처럼 아이들도 튀어 오를 준비를 한다.
어려만 보이던 둥이들이 올해는 유치원에서 제일 큰 형아들이라니 새삼 놀랍다. 먹는 속도와 양에 비례해 키도 컸다. 주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먹던 아이들이 점점 “공평”을 요구한다.
과자를 한 봉지 뜯자마자 세 개의 손이 불쑥 봉지 속으로 침범했다. 튀어나가는 알갱이, 입으로 돌진하는 알갱이, 손가락에서 흘러내리는 알갱이. 순식간에 초토화되는 식탁에 “stop!"을 선언했다. 그릇 가져와! 남편은 각자의 그릇을 들고 오는 아이들에게 나름 비슷한 양으로 분배를 해 준다. 그때 한 아이의 볼멘소리가 들린다. ”형아 건 더 많은 거 같은데?! “ 남편은 결국 커피머신 옆에 있는 저울을 가져와 그릇을 올리라 한다. 소수 한자리까지 정확하게 수치를 맞춘다. 아이들은 더 이상 말이 없다. 공평하다고 확신하는 거다.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의 수치만 공평하다면 “공평”이라고 생각할 아이들의 세상은 절대 공평하지 않다는 걸 언젠가는 깨닫게 될 텐데. 어떤 이에게 피나는 노력으로 얻어진 공평의 무게가 어떤 이에게는 가볍게 얻어지는 무게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 날에 아이들의 키와 마음은 얼마큼 자라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