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자리

잠시, 힘든 시간일거야

by 꿈꾸는 momo

할머니는 독사 같은 바람이라고 했다. 나는 칼바람이라고 했다. 그것을 듣고 아이는 전쟁이 날 것 같은 날씨라고 했다. 사납고 매섭고 차가운 추위다. 그러나 그런 추위 속에서도 아스팔트가 깨진 후미진 땅 속에서 끈질기게 올라와 휘청이는 풀들처럼 아이에게도 원하지 않지만 그런 다부진 생명력으로 생을 붙들 순간이 지금이겠구나 생각하는 것이다.


쌍둥이 아기 둘을 데리고 할머니 집에 맡겨진 큰 아이를 데리고 오는 차 안, 멈춰 있는 차 안에서 온 힘을 다해 우는 동생들의 울음과 함께 아이는 고스란히 전투적인 현실로 밀려 들어온다. 눈치 빠른 아이는 엄마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 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뒤보기 한 카시트와 바닥의 공간 사이를 기어 들어가 두 개의 카시트 사이에 있는 가운데 자리를 차지한다. 아이도 카시트를 해야 하지만 남편은 당분간 이렇게 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녀석은 몇 달 사이에 어린 사자가 된 것 같다. 자주 감지 않은 뻣뻣한 머리칼은 바람에 맞서 흐트러져있고 빨간 볼과 손등은 찬 바람에 거칠게 터 있다. 오롯이 주위의 사랑을 받던 아이의 귀여운 행동들은 가끔 앙칼진 목소리의 고집으로 변해있었다. 하지만 이내 아이는 마주치는 엄마의 눈 앞에서 싱겁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동생들의 그치지 않는 울음에 이런저런 표정을 한 번 지어본다. 그러다 어쩔 도리가 없다 생각하는지 한 손에 쥔 장난감을 만지작 거리며 앞에 탄 엄마에게 쉴 새 없이 질문을 해대는 것이다.


종종 이렇게 전쟁 같은 날이 언제 끝날까 한숨이 쉬어진다. 그중, 자기 전까지 아무것도 챙겨주지 못하고 방치된 첫째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안아주는데도 그치지 않는 아기들의 잠투정, 겨우 잠든 아기를 눕히기까지 아이는 눈 비비며 나를 기다린다. 아기 둘을 토닥거리며 모로 누운 엄마 등 뒤에 누워 졸음을 이기다 엄마 품이 자기 차지가 될 수 없다는 걸 아는지 아빠를 따라가는 아이의 몸짓에 짠한 맘이 일렁인다.


엄마 언제 끝나는 거예요? 나랑 같이 있어요.


어떤 날은 기다리다 지쳐 울음보를 터뜨리는, 아직은 어린 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없이 기다림을 강요하게 되는 나는 아이보다 더 애가 탄다.

잠시일 거다. 울음으로 밖에는 표현하지 못해 힘든 아가들의 입술은 어느새 쉴 새 없는 큰 아이의 입술처럼 옴싹일 것이고 아이를 대장 삼고 따르며 온갖 장난으로 웃어넘기는 날들이 올 것이다. 가리던 오줌을 참지 못하고 며칠 째 바지에 실수를 하고 있는 아이의 요즘, 그 모습을 보며 한 편으로는 막다른 경험이 아이에게 가져다 줄 감정과 생각의 풍부함들이 이 아이를 어떻게 성장케 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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