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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시 학교

학교

숨 쉬고 싶다

by 꿈꾸는 momo

아침 일찍 등교해서 첫 출강을 하는 무용강사를 기다렸다. 새로 정비된 교실 열쇠를 가지러 별관에서 본관까지 갔다가 생수와 티슈 같은 필수품이 보이지 않아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다. 그분의 첫 수업을 위해 내 수업을 보류하고 아침시간을 다 쓴 셈이다.


강사 성범죄 경력 조회 신청했어요? 관리자는 내게 기다렸다는 듯 묻고 나는 작년에 했는데 또 해야 되는 거였냐며,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그 일을 처리했다. 그분의 수업이 마치는 시간에 맞춰 동반하여 관리자분들에게 인사를 시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었다.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의 예술체험활동을 계획하며 고민에 빠지기도 전에 회의소집 알림이 뜬다. 청렴 연수, 교권 침해 및 보호 연수, 학교폭력, 가정폭력에 관한 연수, 학업성적 관리규정 등 연수물이 6가지나 있다. 교사는 무엇으로부터 쉼 없이 우리를 방어하거나 대응해야 했고 책임을 져야 한다. 함양 해야 할 의식들도 얼마나 많은지 이대로라면 성인군자다. 그전에 숨 막혀 죽을 것 같다.


우린 정말 아무것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다. 필수 이수해야 하는 연수를 듣고 앉아 있는 동안 오늘 점심시간에 A를 때리 B의 이야기를 A엄마에게 전화드려야 하나, 예민한 B의 상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다. 당근 썰듯 싹둑 끊어지는 일이 아니니 어렵다.


학교는 총체적으로 답답하다. 밖에서 보면 답답한 교사들이 문제의 중심에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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