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다시 학교

방학을 기다린다

by 꿈꾸는 momo

눈이 부었다.

비가 내렸다.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급식시간에 짜장면이 나왔고 줄은 길었다.

소화도 안 되는 면을 우적우적 밀어 넣었다.

살짝 얼린 요구르트까지 꿀떡꿀떡 마셨다.

그게 어떤 결과를 낳든 간에 신경 안 쓰고 먹고 싶었다.

무슨 맛인지는 모르고 금세 포만감으로 차올랐다. 젓가락을 놓았다.

짜장이 튄 잔반통 주변은 엉망이었다.

모든 게 엉망이 된 것 같았다.


마지막 수업시간은 음악. 다른 수업으로 바꿀까 하다 그냥 그대로 둔다. 이미 온몸과 마음이 소진되어 버린 것 같았는데 장구 앞에서 다시 목소리가 나온다. 목이 터져 버릴 듯 노래를 불렀다. 장구장단에 맞춰 뽑는 시범창에 아이들의 목소리도 시원하게 따라온다.


아이들은 뭘 배울까? 엄마들은 뭘 원할까? 장단을 익히고 시김새를 배우고 바른 자세와 발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 따위는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내 아이가 다른 친구들에게 상처받지 않고 오는 것, 비교적 원만하게 생활하고 학업에 뒤처지지 않는 것. 하루에도 수십 번을 아이들 관계 속에서 조율하고 들어주고, 지도하다 진을 빼는 것 같다.

나는 과연 무엇에 전문가일까....


며칠간 목이 쉬어서 병원을 갔더니 성대결절이 재발했단다. 나흘 치 약을 받아왔다. "선생님, 혹시 이걸로 쉴 수 있는 진단서도 가능한가요?" 의사 선생님은 "네, 가능하죠. 하지만 지난번에도 방학 동안 조금 쉬었더니 나아졌잖아요. 좀 있으면 방학이니까 괜찮을 거 같은데요?" 방학도 없는 의사 선생님 앞에 나는 "이번 방학은 너무 짧네요. 그냥 약만 주세요." 하고 무책임한 교사같이 말하고 나왔다. 방학을 기다린다.


매거진의 이전글소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