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이 된 제자 둘을 만났다.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여자 애들이지만 운동을 좋아해서인지, 꾸미지 않은 얼굴은 그때 그 얼굴, 그대로였다. 5학년 꼬맹이 녀석들이 어른이 되어서 내 눈앞에 있으니 참 신기했다. 그냥 좋았다.
아이들은 내 수업을 기억하지 않았다. 선생님 집에서 김밥을 싸 먹었던 일, 선생님을 무지 좋아했던 감정, 이런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참 아이러니하다. 나는 수업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계획하고, 에너지를 쏟는데... 모르겠다. 그 과정에서의 마음들이 결국 전달이 되는 건지. 함께 했던 추억들을 끄집어내며 웃는데 여러 생각들이 교차한다.
이제는 선생 못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점점 많아지는데, 그래도 오늘은 선생 할 맛 나는 날이다. 제자들이 남겨주고 간 문장들을 아끼며 하루를 닫는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