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카페에서 손가락질당하다
오랜만에 첫째랑 산책을 하고 외식을 했다. 가을의 시작을 함께 걷는 느낌이 좋았다. 반팔차림이 다소 썰렁하게 느껴지는 바람, 젖은 숲냄새와 공기, 쪼르르 도망가는 다람쥐와의 술래잡기, 청명한 하늘을 떠다니는 뭉게구름. 모든 게 환상적이었다. 지난해 떨어진 갈색 밤송이 위로 초록 밤송이들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아마 이 길을 지나간 누군가가 먼저 토실토실 반짝이는 햇밤을 꺼내갔으리라.
두 시간쯤을 걷고 나니 시장했다. 처음 들어간 식당에서 새우볶음밥과 우동을 주문했는데 아이는 먹는 내내 엄지 척을 했다. 사장님은 아들이 너무 잘생겼다고 칭찬을 했고, 아이는 음식이 최고였다고 칭찬하며 식당을 나왔다. 기분 좋게 배가 불렀다.
“모처럼 나왔는데 후식도 먹고 가자”
우리는 근처에 보이는 한옥카페로 향했다. 가는 길목에 담쟁이넝쿨이 예쁘다. 앙증맞은 청개구리가 때맞춰 아이의 눈에 띄고 폴짝폴짝 따라가다 놓친다. 우리는 깔깔거리며 카페정원을 들어섰다. 바람이 선선하니 야외에서 음료를 즐기는 손님도 몇 있었다. 카페 출입문 근처에서 나란히 앉아 햇볕쪼이를 하는 듯해 보이던 노부부와 잠깐 눈이 마주쳤다. 불룩한 배를 한껏 내밀고 앉은 아저씨와 왜소한 아주머니가 대조되어 보였다.
시선을 옮기며 아이와 손잡고 입구로 향하는 내 귓전에 들린 소리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를 데리고 있는 건 나밖이다. 충격이었다.
제가 선생입니다만, 아이가 셋 있습니다만, 뭘 보고 그렇게 말하시느냐 따져 묻고 싶은 마음이다만... 말이 통할리 없어 보이는 어르신 옆을 못 들은 척 지나쳤다. 어쩌면 이렇게 판단할 수가 있는지 놀라웠다.
그러고 보면 서이초 사건 이후로 우후죽순 쏟아지는 악성 학부모 민원 사례와 더불어 들끓는 보복심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비난받을 만한 행동이 드러나면 너무 쉽게 돌을 던져버리는 사람들. 공개된 신상과 무차별적인 보복행위가 박수받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무섭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건지. 부적절한 행동들에 대해 옹호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가해자를 향한 별점테러와 무분별한 보복행위는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어떤 용서와 기회도 통하지 않는 이 시대에 근조화환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아이와 요거트 하나를 다 먹고 나올 때까지 어르신은 그 자리에 그대로 계셨다. 그분의 비난은 나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 대한 비통한 감정이 왜곡되어 그런가 보다 하고, 그분의 말을 털어버리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