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 검사를 받았다

낯선 하루

by 꿈꾸는 momo

쌍둥이를 출산하기 직전 발견한 폐결절이 6개월이 지나도록 없어지지 않았다. 조직검사가 필요하며, 큰 병원을 가보라는 의사의 권유에도 별 일 아닐 거라 생각했다. 아프지도 않은데 그냥 안고 살아가면 안 되나. 감수해야 할 난감한 상황들이 먼저 그려졌다. 다섯 살 된 첫째와 6개월짜리 쌍둥이 아들이 있었다. 남편은 내 생각과 다른 듯했다.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진료를 예약하고 있는 남편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일단 검사만 받아보는 거야. 그렇게 해서 정밀검사를 받게 되었다.


모회정 님이시죠? 이 쪽으로 모실게요. 예약된 검사 시간이 다가오면 이송요원들이 나타나 내 이름을 불렀다. 지나친 서비스라 생각했다. 그들의 친절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입고 있는 유니폼이 왠지 장례식장을 떠오르게 했다. 그들을 따라 낯선 검사실로 들어가는 순간은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에 서 있는 기분이랄까. 이가 떨리도록 시끄러운 MRI 검사며, 암거래 하듯 정맥 주사하던 PET-CT 검사실... 이틀 동안 예닐곱 개의 검사를 받았던 것 같다. 가끔씩 낯선 기계에 내 몸을 맡길 때는 삶에 대한 절실함이 극대화 되기도 했으나 수많은 검사는 지리하고 따분했다. 금식으로 허기진 뇌는 매콤한 떡볶이를 상상했다. 걱정하는 가족들을 위해 웃고 있는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일반식이 아닌 고급식을 주문했더랬다. 어제 종일 금식을 한터라 누룽지보다는 다른게 먹고 싶었다. 오믈렛과 빠네가 나왔다. 커피 한 잔 하면 딱 좋겠다.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감미로운 음악과 여유로움을 깨고 의료진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커튼이 열렸다. 처음보는 교수님이었다. 큰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에너지가 낯설었다. 안경 너머로 어두운 눈빛이 나를 꿰뚫었다. 그는 흉부외과 교수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 뒤로 둘러선 의료진들이 나를 포위하듯 압박해 오는 것 같았다.


일단 확인해보니 수술을 하셔야 하구요. 폐암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이구요...


그 때부터 맘이 떨리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설명을 이어가는 의사. 내 생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 같은 그가 갑자기 크게 느껴졌다. 의료진들이 우르르 떠났고 커텐이 닫혔다. 시선을 기댈 데가 없어 남편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눈물을 쏟아냈다. 창자에서부터 터져나오는 흐느낌이었다. 딱 3분. 눈물이 딱 멈추었던 것 같다. 나는 커튼을 열어 양치를 하러 나갔다. 나를 향한 6인실의 다른 시선들이 느껴졌다.


돌아오는 KTX 열차 안에서 우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모든 게 거짓말 같았다. 열차가 움직이는 일상적인 소리조차 내게는 허락되지 않은 소리인 것 같았다. 눈 앞에 비상용 해머가 보였다.



Emergency


나는 자꾸 비상용 해머로 창문을 깨는 상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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