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momo Jan 30. 2024

싱어게인 3

홍이삭의 우승이 내게 건네는 의미

  내가 홍이삭을 처음 만났던 때는 그가 중학생 시절 즈음이었을 것이다. 파푸아뉴기니에서 한국으로 들어왔던 그의 가족들이 내가 소속된 교사 모임에 인사를 하러 왔던 걸 기억한다. 흰색 셔츠에 흰 반바지 차림의 어린 소년이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곱실거리는 앞머리를 양갈래로 내리고 수줍음과 낯섦을 참고 있는 소년의 자세 때문이었을 것이다. 싱어게인 무대에 서 있는 그의 자세에서 그 소년이 보여 신기했다. ^ㅡ^


 나는 사실 홍이삭보다는 교육분야에 몸담고 있던 그의 아버지를 더 잘 알고 있다. 가까이서 몇 번 뵙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도 있지만 그분이 날 기억하실지는 모르겠다. 나보다 연배가 높으신 그분의 삶은 언제나 화젯거리였고, 도전이었고, 넘사벽 같은 존재였으니까. '가치를 좇아 살아가시는 분'이라는 홍이삭의 아버지에 대한 설명은 정확하다. 파푸아뉴기니, 한동대총장, 별무리학교, 우간다... 그의 아버지, 홍세기 선생님의 이름이 있던 자리는 항상 그곳이 가장 불안하고 어려울 때였고, 위기가 안정되고 나면 그 삶을 포기하고 다시 새로운 도전을 위해 삶의 자리를 옮기시는 분이다.


  '아는 사람'이 TV에 나온다는 사실은 참 색다르다. 그와 함께 긴장하며 매 라운드를 숨죽여 지켜본다. 그의 노래에 담긴 마음을 읽으며 그와 같이 호흡하고 노래를 끝낸다. 잘했다. 이번에도 잘 끝냈다.

  

  이게 무슨 일이야...


  홍이삭의 우승에 그의 부모님과 그 또한 어안이 벙벙했다고 했다. 그의 색깔대로 차분하게 한 라운드 한 라운드 무사히 넘어가고 있음에 안도하던 나 또한 그의 우승까지는 예상치 못했다.


  그의 노래가 들려주는 그의 진심 어린 이야기들에서 감동을 느낀 건 오히려 우승 이후, '다시 듣기'에서다. '유통기한을 알고 싶다던' 그의 첫 마음에서 '유통기한 자체가 중요하지 않게' 되기까지, 그가 겪었을 마음의 과정이 결국 내 마음과 닮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라운드에서 음이탈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누군가로부터 '특별한 존재'로 여겨지는 순간은 아주 잠시, 우리는 평범하고 단순하며 반복적인 삶을 살아간다. 거기에서 내가 사유하고, 생산해 내고, 소비하는 것들의 가치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는 것 같다.


  언제까지 가르쳐야 하나.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그냥 월급쟁이 교사가 아닌가. 하며 어느 순간에 명퇴를 해야 가장 아름다울까를 생각하던 나에게 그의 우승이 건네는 의미는 적잖다. 어떻게 삶을 채워나갈지 다시 고민한다. 싱어게인 모음곡을 재생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가 제법 힘차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